프랑스의 창조적 독서 치료, <우리의 고통을 이해하는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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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이미 책 속에 다 있다. 그리고 책에는 사랑하는 기술도 들어 있다. 정신분석학자 카트린느 미요 Catherine Millot 는 "만약 내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지 않았더라면, 결코 사랑에 빠지지 못했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프루스트의 이 소설을 읽지 못한 채, 질투라는 감정에 공격을 받고 쓰러졌을까? 그 소설 속에는 우리로 하여금 미망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다. 라 로슈푸코는 "사랑에 관한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면 사랑에 빠지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라고 말한 바 있고, 앙드레 지드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직접 전쟁터에 가지 않은 기자들이 기사에서 사용한 언어가 실제로는 부상당한 군인들이 자신이 겪었던 감정과 고통을 표현했던 말들에서 빌려 온 것일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창조적 독서치료자인 레진 드탕벨, 그녀는 물리치료사로 일하면서 소설을 쓰는 프랑스에서 저명한 작가이다. <우리의 고통을 이해하는 책들>, 'Les livres prennent soin de nous. Pour une bibliothérapie créative,' 은 내가 불어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제대로 불어로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아직 완독하지는 못했으나 진작 읽었던 한국어 버전을 수도 없이 읽으면서 소리내어 읽는 좋은 글이 사람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나 책으로부터 위안을 받았던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곤 한다.

새로운 언어 안에서 우리는 새롭게 다시 태어난다. 아직 고통도, 사랑의 슬픔도 겪지 않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그 안에 슬픔도, 기억도 가지고 있지 않은 외국의 언어를 배우고 갈고 닦으면서 우리는 마침내 우리 자신을 잊을 수 있는 것이다.



 1990년 소설 『절단(L’Amputation)』을 시작으로 몇십편의 소설과 에세이를 발표한 그녀는 현재 독서치료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 책과 그녀에 대한 감정이 얼마나 깊냐 하면, 그녀를 만에하나 프랑스에서 만나게 되는 상상을 하며 혼자 히죽히죽 웃기도 할 정도.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던 책과 글, 문학에 대한 나의 애매한 애정들에게 확고히 자리잡아 존재할 이유를 부여해준 그녀에게 깊은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읽기와 쓰기가 치료법이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치료 효과가 있는 측면이 대부분이다. 왜 그럴까? 왜냐하면 모든 사람과 모든 경우에 있어 예술은 삭막한 현실을 대신해주고 혼란과 맞서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인간이 자신의 삶에 고립돼 있다고 느낄 때 지성은 그 문제를 뚫고 나갈 수 있는 출구를 찾게 해준다. 작가가 책을 펴내는 것은 본질적으로 문학이 작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책은 때때로 주어진 상황을 변화시키고, 시선을 바꾸어 주고, 인생의 지평을 열어주고, 미지의 에너지를 결집시켜 한 존재의 방향을 바꾼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