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월세를 내고 산다는 것

john-towner-z5pGZ8AGyK8-unsplash.jpg


 그 일은 필시 한국에서 월세를 내고 산다는 것과는 다른 결의 일일테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월세로 살면서 집보험을 들거나 열쇠때문에 골칫머리 썩힌적은 없는 듯 하니까. 두 나라를 오가며 매 달 적지 않은 돈을 월세로 내면서 겪은 개인적인 경험을 정리해 보았다.


 파리에서 월세를 내고 살때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열쇠를 잘 보관하는 것이다. 나의 가장 효과적인 대책방안으로는 주변 친구들에게 하나씩 뿌려 혹시나 집에 두고 나와 들어갈 방법을 못찾을 때 (현재 집은 한국 집으로 2층이다) 또는 키를 분실했을때 등 연락을 하는 것. 그럴 때 통하자고 만든 서로만의 문자 암호도 만들었다. 바로 'CLESOS'! 프랑스어로 clé 는 열쇠란 뜻의 단어이고 sos 는 구조요청이니, 두개를 합했다. 별말없이 어느 날 친구에게서 이 암호문자가 날라온다면 (현재 다른 친구들와도 서로 열쇠를 맡고 있다) 아, 이 친구 올해도 한건 했구나 하면 된다. 열쇠를 건네줄 때 말없이 아련한 눈빛을 쏴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Quittance de loyer, 즉 월세납부 증명서를 착실히 모으는 일은 여러모로 중요하다. 뿐만아니라 매년 프랑스로 넘어오는 유학 초년생들에게 모든 행정관련 중빙서류는 정리해서 폴더에 관리함을 추천하는데, 그 이유는 '서류의 나라'인 프랑스에선 모든 증빙을 굉장히 중요시 하기 때문. 나는 매년 쌓이는 파일들을 넣을 종이 폴더를 알파문구에서 사서 가져가곤 한다. 책장 한칸을 아예 문서칸으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 이 종이 한장이 가진 힘이 대체 뭘까. 이젠 익숙하지만, 처음엔 몇장을 잃어버려 곤란한 상황을 여럿 맞았다. 현재 쌓인 노하우는 원본과 복사본 2장 (흑백/컬러)를 따로 보관하는 것이다. 뭐 그렇게까지 하냐 싶지만 프랑스에서 살다보면 기필코 유용하게 쓰이는 때가 온다 (복사점이 24시간 열려있을 수 없으니)


 집보험 들기. 이는 학생이 들 수 있는 보험 밖에는 해보질 않아서 다른 종류의 보험은 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보통은 온라인으로 신청하는데다가 사이트도 여러군데라 주위에 가장 싸고 신뢰할만한 몇 곳을 추천하는데, 만료기간도 잘 살펴야 하고 여러 조항들을 잘 살펴야 하기 때문에 사실 직접 연결해준 적이 대부분이다.


 파리에 살면서 나는 단 한번도 번호 도어락이 달려있는 집을 보지 못했다. 대부분의 문이 열쇠로 여는 방식인데다 상태가 낙후된 집이 많고, (파리엔 7-80년도에 지어진 건물이 많으므로) 게다가 무겁고 두껍기 까지해 문을 어깨빵으로 힘을 줘 열어야 한다. 친구들은 파리로 유학을 와 어깨가 나갔다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보통 건물로 들어가는 정문은 번호키 이지만 (건물마다 소유주들만 알고있는 지정 번호가 있다) 그 안 중간문도 열쇠로 따고 들어가거나 인터폰을 누르는 형식이다. 내 집으로 들어가는 문은 필시 열쇠로 여는 문이다. 몇년을 겪어도 열쇠로 여는 문은 참 번거롭다. 늘 치렁치렁한 각종 열쇠들을 가지고 다녀야 하고, 잃어버리면 열쇠방에서 거금을 주고 새로 받아야 하는데다가 시간도 많이 걸리고 (1년전 열쇠를 잃어버린 친구는 후 집을 나가며 집주인에게 키를 보상해주었는데 다시 주문하는데만 2주일이 걸렸다) 하여튼 귀찮은 부분.


 적다보니 월세살이의 불편한 점이라기보다는 프랑스에서 사는데 있어 상식적인 부분인듯 하다. 아직 '내 집'(아직도 익숙하진 않지만) 모든 것은 관측하는 나의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은 중요하다. 내가 어디에 어떤 위치로 놓여져 있는지 성찰하는 것 또한 놓치면 안되는 부분. 불편함을 토로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프랑스에 살든 다른 나라 어디에서 살든 내 마음가짐을 바로 먹고 살면 된다. 비록 궁시렁 대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