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그장면] 사회적 편견과 제도에 억울한 희생양이 된 그들의 이야기 < When They See U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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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트 83번가에 사는 한 여성. 그녀는 남자친구와 밤에 통화를 한 후 이스트 드라이브 공원으로 조깅을 하러 나갑니다. 그리고 그녀는 알수 없는 무리로부터 끌려가고 잔인하게 구타당하고 강간을 당하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그녀는 혼수상태에 빠졌지만 경찰은 난관에 봉착합니다. 바로 용의자를 찾는 것인데요. 마침 그 공원에서 와일딩(십대의 신조어로 떼거리로 미친 듯이 폭주하며 재미로 행인들을 괴롭히는 행위)을 하고 있던 유색인종 아이들 무리가 사건과 연루되어 잡히면서 사건은 점점 커집니다. 평소 행실이 좋지 못한 무리라는 편견 때문에 이들이 범죄를 저질렀을 거라고 판단한 경찰이 그들을 강간과 살인 미수 혐의로 씌운 것입니다.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때는 총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드라마로, 신체적 또는 물리적인 또는 정황적인 증거 없이 용의자로 몰아가는 경찰과 잘못된 자백을 강요당하여 결국 ‘유죄’를 선고받는 억울한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끊임없는 취조와 심각해지는 사건 속에서 아이들은 경찰과 어느정도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뱉도록, 즉 수사 협조라는 명목으로 죄를 추궁당합니다.


 42시간의 긴 취조와 강요, 먹을 것도 안 주고, 화장실도 안 보내고 부모 입회도 보류하기. 전세계적으로 비판받고 있는 말도 안되는 수사 기법은 은 ’리드(Reid Technique) 테크닉’ 입니다. 이 아이들 중 확실히 용의자가 있다고 확신하는 몇 형사들에게 넘어가도록 만든거죠. 전개는 그들이 원하는대로 흘러갑니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진정한 용의자는 좁혀지지 않은채 점점 아이들에게로 향하죠. 사건을 취조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새롭게 만들어갑니다. 공원에 있던 몇몇 아이들은 서로를 알지도 못하지만, 영문도 모른채 몇시간의 감금과 구타를 당한 후 어쩔 수 없이 서로가 범인이라고 거짓말로 지목하게 되죠. 아이들이 결국 서로를 만났을때 서로 눈물을 흘리며 사실은 내가 너를 범인으로 지목했다고 털어놓는 모습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거짓된 자백 밖에는 그 감금의 방에서 나올 수 있는 방법이 없었거든요. 모순은 미성년자를 부모의 동의도 없이 형사들에게 폭력적이고 강압적으로 취조를 받게 했다는 것인데요. 힘없는 아이들은 사건이 일어났던 당시 공원에 있었단 이유만으로 그 날의 강간범으로 확실하게 몰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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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수사에 결국 부모님들까지 서에 불려오고 사건을 마주합니다. 그들은 즉각적으로 알아차리죠. 이 일은 내 아들이 저지른 짓이 아니란걸요. 하지만 경찰들의 죄를 저지르지 않은 아이들을 이용해서라도 이사건을 마무리 지으려는 집념을 보고선 몇몇은 포기합니다. 그리곤 아들에게 말하죠.

그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해.
네? 하지만 전..

그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해! 경찰은 원하는게 있으면 무슨 짓이든 해. 거짓말도 하고, 우릴 가둘거야. 죽일 수도 있어. 내 아들 죽이게 둘 순 없어.



 부모님의 억울하고 답답한 감정의 선이 영화에 비춰지며 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들의 삶, 평범했던 삶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부서지는 과정을 다섯 아이들 각자 낱낱히 볼 수 있었으니까요.



 왜 우리한테 이러는걸까. 이제 또 무슨 짓을 할까. 이 모든 일에 말려든 이유가 뭘까. 그들은 앞으로 그들에게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경찰이 원하는대로 거짓말로 범죄를 인정했으니 그들은 사회의 악이 되버린 거죠. 온갖 미디어와 대중은 그들을 손가락질하고 욕합니다. 앞다투어 자극적인 보도를 내보내죠. 그들은 결국 재판에 섭니다.


 영화속, 그장면은 바로 이 와중에 트럼프의 모습을 영화에 비추며 그가 요새는 흑인이 살기 좋은 세상이라며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교육 잘 받은 흑인으로 태어나겠다고 말하는 역겨운 장면입니다. 뉴스를 보며 웃을수도 울수도 없는 이 상황 마저도 부모들은 농담을 합니다. 백인도 우리를 핍박하려면 좀 힘들겠냐며. 참 씁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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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첫번째 에피소드는 부정한 심문 과정이 주를 이룹니다. 사회의 부당한 편견이 누군가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처참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죠. 두번째는 재판과정, 3,4화는 유죄 판결을 받은 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The Way They See’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때. 제목부터 부당하고 편견에 갇힌 시선으로부터 출발하는 백인과 유색인종의 입장차이 그리고 범죄. 이 모든것을 ‘유색인종’ 이라는 이유로 휘말려야 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던지는 메세지는 강력합니다.


 영화에서는 십여년이 지난 후 실제 진범이 자백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요. 이 또한 생각할 거리가 많습니다. 그가 자백하지 않았다면… 이라는 물음은 중요하지 않죠. 다섯 아이들을 사회적 제도가 얼마나 처참히 무너트릴 수 있는지, 그리고 힘을 가진 자들이 얼마나 괴물처럼 그들을 몰아갈 수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