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일기] 눈부신 룩상부르크 공원

따듯한 오후에 파리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여유로운 일 중 하나는 바로 공원에 가는 것이에요.
에코백에 물 한통과 이북 리더기, 조금의 과자를 넣고 길을 나서면
맑은 하늘과 연두색의 잎이 반겨줍니다.
집에선 조금 멀지만, 이날은 하늘이 유난히 좋았던 터라 룩상부르크 공원을 선택했어요.
해가 구름에 가려졌다 잠깐 얼굴을 비췄다가 들쑥날쑥 하네요.
그래도 전반적으로 가벼운 날씨였답니다.
평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오후에 공원으로 나온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파리 뿐만이 아니라 많은 유럽 지역에선 비교적 사람들이 공원에서 잠시 여유를 갖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요.
저도 전에는 생각치도 못했지만, 파리에 와서야 가지게 된 고마운 시간입니다.
조용한 나무들 사이에서 불어오는 산들 바람, 그리고 서로 의식하지 않는 타인들과 완벽한 거리를 둘 수 있는 나와 자연의 공간.
강아지/개들과 같이 산책을 나온 사람들도 많이 보입니다.
서로 코를 맞대거나 엉덩이 냄새를 맡으며 인사하는 크고 작은 생명체들.
앙영!
입구서부터 벌써 힐링되는 기분. 아직 둘러볼 곳은 한참 남았습니다.
룩상부르크 공원의 전경은 늘 그대로 있어 주며 고마움을 느끼게 해주는 장소 같아요.
튈르리에도 있지만, 파리의 시그니처인 저 녹색 의자는
보기만해도 편해지는 듯 하죠.
친구들과 가족들, 연인들이 손잡고 나와 4월의 햇볕을 즐기고 있네요.
(전 좀있다 즐기고 지금은 사진을....)
룩상부르크 궁전도 그대로네요. 작년도, 재작년에도, 십년전에도 그러했겠죠.
파리의 많은 것들은 의외로 변하지 않는답니다.
한바퀴 돌며 운치있는 분수대도 구경합니다.
오리집도 보이네요.
파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꽃들이 만발해있습니다.
햇볕만 보면 거의 한여름인 8월인데, 사실 그늘에만 가면 추울 정도로 바람이 많이 분답니다.
그래서인지 햇볕이 났다 하면 사람들이 모두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것 같아요.
공원의 서쪽으로 조금 걸어가다 보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도 나오고, 제 최애장소가 나옵니다.
서서히 지는 노을을 울창한 나무들 사이에서 천천히 감상할 수 있는, 긴 가지들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공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따듯한 햇볕을 쬐고 있는 모습이 보이네요.
그냥 눈감고만 있어도 좋을 것 같은 풍경.
아직 겨울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여름이 오길 기다리는 공원의 모든 것들이 싹을 틔우고, 푸르름을 펼치고있네요.
공원의 끝쪽이라 저 멀리 아파트가 살짝 보이네요.
사실 이런 공간엔 누구와 있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합니다.
실제론 조금 추워서 옷을 단단히 입고 나왔어야 했는데요,
계속해서 사진을 찍는터라 손이 좀 얼었었어요.
그래서 잠시 멈추고 햇볕을 쐬며 친구와 대화를 나눴는데
걸음을 멈추고 앉아있던 그 풍경 속에 제가 있다는 것이 가끔 믿기지 않기도 한다는..
가장 멋진 노을을 즐길 수 있는 7시 반.
점점 해가 길어져 저녁 9시에도 대낮처럼 환한 파리의 여름이 곧 오겠죠.
그때가 오기 전까지 허락된 이 따스한 햇살을 즐기려 합니다.
여행지 정보
● Luxembourg Gardens, Paris, France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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