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일기] 페린 공원, 가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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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하는 집앞 공원. 잡 생각들이 떠올라 일이 도저히 진행이 안될땐 나만의 작은 여행을 떠난다. 천 가방에 주섬주섬 물을 넣고, 킨들을 챙겨 집을 나선다.

    고맙게도 가을이 당도하였구나. 나만 빼고 다들 부지런히 자기의 자리에 서서 할일을 하고 있다. 같이 오고 싶은 몇 사람이 떠오르지만 올 수 없는 곳에 있는 그들.

    공원으로의 짧은 여행을 충분히 즐겁게 만들어주는 세가지. 말없이 비추는 햇빛과 소소한 디저트, 그리고 아이들 웃음소리.

    파리 대부분의 공원은 국가 소유이고 관리인이 따로 있어 깨끗하게 관리가 되는 편이다. 그 흔한 파리의 개똥은 찾아볼 수가 없으니, 날씨가 맑은 날엔 걱정 없이 큰 담요를 가지고 가서 들판위에 깔고 누워 책을 읽거나 도시락을 먹기도 좋다.

    공원에서 먹으려고 오랜만에 르노트흐에서 마카롱 몇가지를 골라 왔는데, 새로 나온 구뜨라며 건네주신 살구맛까지 총 7개.

    멍 때리러 와서 결국 또 다시 지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 과제들, 레슨 일정, 장비 생각 등 여러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가 문득 섹스 앤더 시티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캐리의 생일날, 가까운 친구들끼리 레스토랑에 모여 생일을 축하하자며 일을 벌이는데, 거창한 건 싫다며 손사래를 치던 그녀는 결국 설득당하고 당일날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예쁘게 차려입고 설레면서 예약해 놓은 자리에 앉아 친구들을 기다리지만, 아무도 없는 테이블에서 하염없이 시간은 가고... 엇갈린 친구들을 기다리며 들떴던 마음이 지쳐가고, 결국 내 행복을 움직이는 기준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잠깐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사치에 나는 행복한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내 자신과 씨름하면서도 잘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미련없이 내 사람들과 웃으며 맛있는 한끼를 차려 먹는것이 제일 행복하다. 언젠간 이 예쁜 공원에 모두를 데리고 피크닉을 와야지.




[파리일기] 페린 공원, 가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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