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일지] The Winner Takes It All
내가 알 수 없는 누군가의 기억속의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그런 나에게 영감을 받아 곡을 써서 들려주는 행위란 얼마나 감동적이며 위대한 일인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전에도 종종 동료들의 뮤즈가 되고, 서로 곡의 주인공으로 등극하는 일은 잦았지만(곡이란 어려운게 아니라 주변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이 대상이 되는 법이다) 나를 생각하며 음표를 써 내려가고, 조그마한 연습실에서 악기를 만지고 연주를 한다는 것은 나에겐 분명 비일상적인 일이기에 종종 회상하곤 하는 기억이다.
The winner takes it all, the loser standing small. Beside the victory, that's her destiny -Carla Bruni
메일이였는지, 카톡이였는지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어느날 후배로부터 몇 편의 동영상을 받은 적이 있다. 내게 본인의 연주 영상을 보낸 것이다. 자작곡과 커버곡으로 이루어진, 그가 오랜 시간 동안 열심히 준비했을 그 무대속에서, 나를 의식한듯 앞에 관객들을 바라보는듯 연주로 모두를 울리고 있던 그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고 있는 나를 그는 짐작이나 할까. 그 아름답던 광경을 공유받았던 지난 시절의 내가 문득 부러워졌다. 오직 나만을 위한 초대장을 건네 받은 듯한 착각이 일정도 마음을 설레게 했던 경험은 영상을 잘 보았다고 답장을 했는지도 기억이 흐릿할 정도로 아주 오래전 일어난 일이지만 왠지 모르게 오늘, 갑자기 떠오른 것이다.
사람에게 어떠한 행위나 느낌 또는 대화 등으로 작거나 큰 영감을 받는 일은 이제 익숙하다. 하지만 그 설레임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고, 곡으로 이어지느냐가 문제다. 파노라마처럼 주욱 지나가는 수많은 감정의 조각들, 그들이 악상으로 변환되어 마치 캐치마인드를 플레이 하는것처럼 순간 걸러지는 형태가 생긴다고 설명했던 지난 글 작곡가는 대체 어디서 영감을 받는가 에서 처럼 오늘처럼 여러 자극이 한꺼번에 바다 파도처럼 물밀듯이 밀려온 지금, 아주 오랜만에 펜을 들어 가사를 쓰고 있다.
샹송의 가사와 그 역사, 작곡가 등을 연구하며 남의 곡만 파다보니 정작 내 곡은 뒷전이였던 연말 아니 연초도 지나가고 벌써 달력은 명절을 넘기고 있다. 동료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던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한달이라니. 하루하루는 정말 말도 안되게 느리게 흘러가는데 등뒤의 시간은 속절없이 빠르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만 싶고, 내 방 침대로 기어들어가 꼼짝없이 낮이고 밤이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음악만 듣고 싶다. 같이 Lars Danielsson 을 들을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같은 음악도 다르게 들릴때가 분명 있고, 매일 걷는 길도 분명 색다르게 와닿는 시간이 존재한다. 그 시간과 공간속에 존재하는 두 사람의 거리는 사실 손 한 뼘 차이가 아닐까. 오랫동안 생각하던 한 형태에 대한 갈망이 날 수면위로 끌어올리고 그 모습이 드러났을때 내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다정함이였다. 어떠한가. 낯선이가 주는 설렘또한 분명한 설렘이다.
모두가 위너가 되는 세계를 상상을 한다. 셀 수 없는 승리와 패배가 존재해온 인간의 역사 속에서 아예 패배란 단어가 사라지는 상상은 무모한 짓일까. 누군가의 깊은 고민을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공간속에서 나 또한 그 속에서 위로 받았음을 부정할 수 없다. 모두가 위너가 되고, 모두가 사랑을 하고, 모두가 노래하는 꿈만같은 동산같은 곳에 대한 영감이 떠오른 감사한 밤이다.
이만 자라는 독촉을 국경을 넘어서까지 받는다. 생각해주는 마음은 고마우면서도 좀 그만 독촉하면 안되나 싶다. 잠에 들면 이 마음이 사라질것을 알기에, 최대한 끝까지 붙잡고 놓고 싶지 않다. 진하게 남은 이 마음을 잠과 함께 묻어두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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