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 우리가 던져야 하는 질문들 <라틴어 수업>

IMG_0123.jpeg


 스피노자나 데카르트 같은 철학자들의 말과 더불어 매일 자기긍정에 보탬이 될 법한 문장들을 밑줄을 긋는데 바빴다. 빠지는 몰입도는 그 어느 책보다 깊었던, 진한 여운을 남긴 ‘라틴어 수업’.


 30년 넘게 공부를 한 저자는 자신이 늘 ‘Ego sum operarius studens’였다고 말한다. 나는 공부하는 노동자라는 뜻이다. 단 한 순간도 편안했던 적이 없었다는 그의 회상과 나의 지식에 대한 열망이 겹쳐진다. 저자는 그 오랜 기간 동안 고생을 하면서도 공부를 놓지 못했던 이유는 회사는 그만두면 근속연수에 따라 퇴직금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공부는 중도에 그만두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또한 펜을 잡는 학생으로서 이것이 누굴 위해 하는 것인지, 공부는 왜 해야 하는지, 한참 한 것 같은데 왜 아직 남은 먼 갈길만 보이는 건지 막막할 때가 많다.


 포기와 인내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고 볼 수 있다. 이 둘은 내게는 반복적으로 교차해 영향을 주는 단어들이기도 하다. 늘 포기하고 싶은 간절할 때에 그래도 여기까지 했는데 더욱 인내해야지, 끝까지 가봐야지 하는 자세를 바로세워주는 것이다. 학문이란 이토록 형체가 없는 것이었는지, 알았다면 시작하지 않을 수 있었는지 가끔 쓸데없는 망상에 빠질 정도로 심신이 지칠때가 많았다.


 ‘라틴어 수업’은 이런 나의 자세를 끌어올려주고 다듬어준 고마운 책이다. 멋진 철학적 문장들의 광고가 아니라 참된 교육에 대한, 진정한 배움에 대한 사유가 담겨있다. 무엇보다 매 챕터 마지막에 한 두가지씩 툭 던져져 있는 질문들이 참 좋았다. 다양한 책 또는 강연을 읽고 듣다보면 배움에 관해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한데로 모아짐을 알 수 있는데, 그 중심에는 늘 ‘질문’이 존재한다. 바로 ‘나는 왜 공부하는가?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공부하는가?’ 이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의 옳은 방향성을 곧 세우는데 있어서 질문은 불가결한 요소이며 성찰은 필수적이다. 이 책에서 내가 얻은 것들을 너무 많기에 전부 나열할 순 없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을 꼽자면 다름 아닌 나를 참된 교육자로, 학생으로서 더욱 견고히 쌓는데 필요한 인내심이다.

Non efficitur ut nunc studeat multum, sed postea ad effectum veniet.
지금 많이 공부해서 결과가 안 나타나도, 언젠가는 나타난다.

우리는 그대가 안녕하기를 바라는가?
우리 사회는 얼마나 이웃이 안녕하기를 바라는가?
당신이 잘 있는 것이 바로 나와 또 우리가 잘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 극심한 이 통증을 누가 멈출 수 있을까?
사실 우리는 그 해답을 알고도 해결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나는 정작 사랑을 빼고 무엇을 남기려고 하는 것일까?
사랑이 빠지면 그 무엇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질까?
나는 무엇을 남기려고 이렇게 하루를 아등바등 사는가?

나는 매일매일 충분히 사랑하며 살고 있는가?
나는 남은 생 동안 간절하게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 두가지를 하지 않고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여러분은 무엇을 꿈꾸고 있습니까?
무엇을 희망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