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록] 고양이를 찾습니다.
며칠 전 저녁 산책을 하던중, 한 가로등에 붙여져 있는 종이의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Perdu mon chat. 고양이를 잃어버림. 아직 아기인데 창문이 열린틈을 타 나간후 돌아오지 않아 주인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한국에서 키우던 고양이를 한번 잃어버려 (정확히 말하면 이놈이 멋대로 나가서 이틀간 들어오지 않은) 내내 이름을 부르며 동네를 헤집고 다녔던 악몽같은 경험을 한 이후로 이런 전단지를 보면 할수 있는 최선을 다해 발벗고 도와주곤 했는데, 며칠이 지난 오늘도 그 종이가 눈앞에 아른거리던 참이였다. 한국에서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잃어버린 친구들의 사례가 종종 일어나는데, 그때마다 SNS에 실종글을 공유하거나 잃어버린 곳에 전단지를 붙여주러 다니는 등 자주 도움을 주는 편이다. 그럴땐 사람간의 공유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아서.
슬슬 해가 지는 시간이 빨리 오는게 느껴져서 오늘은 조금 어스름해 질때쯤 나가서 걸어볼까 하는 생각에 조금 일찍 저녁 산책을 나갔는데, 동네 한바퀴를 도는 늘 같은 코스를 돌아서 집에 오는길. 불과 집에서 300미터도 안되는 곳, 어느 한 아파트의 주차장 골목 입구에서 뭔가 움직이는 형태가 보인것 같아 잠깐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직 3개월도 안되보이는 몸집이 작은 고양이가 풀숲에서 나타나 조금은 경계하는 몸짓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며칠전 봤던 전단지 사진의 그 고양이 같았다. 검은색 턱시도 색깔에 사람을 크게 경계하지 않는 모습.. 그 고양이가 아닐수도 있으니 일단은 침착하자.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발을 떼고 다가가려는 찰나, 주차장 입구로 차 한대가 헤드라이트를 키고 들어오는것이다. 앗차 하는 순간에 이녀석은 놀라 도망가버렸다. 차에게 도로를 비켜주고 한참을 멍하게 서있었다. 도망가버린 그 쪽을 찾아봤지만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그 고양이였나? 그 주인에게 연락을 해볼까? 아직 못찾았겠지? 전단지를 본 골목이 어디였더라? 온갖 생각이 스쳐지나가는 도중에 내 발은 이미 산책을 돌았던 코스로 다시 달려가고 있었다.
집을 나온지 벌써 한시간. 숨이 찰 정도로 전단지를 본듯한 골목을 찾으러 돌아다녔다. 어제 소나기가 왔었는데 그 비에 씻겨 내려간건 아닌지.. 아무리 돌아다녀도 전단지는 보이지 않는다. 고양이가 집사의 품으로 안전히 돌아갔으면 좋겠다. 희망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 많이 어두워진 하늘을 뒤로하고 집으로 털래 털래 걸어왔다.
한국에 비하면 파리는 길고양이의 수가 크게 적은 편이다. 큰 공원이나 숲에 사는 고양이들은 더러 있지만, 그마저도 공원 관리인들이 개체수를 대충 파악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이 도시에서는 누가 없어졌다 하면 동네 이웃들이 왠만하면 발벗고 나서서 찾아주는 편. 아침 저녁으로 산책을 시키는 시간과 그 반경이 얼추 다들 비슷하다 보니, 산책하며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지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니 내가 매일 보며 인사를 하던 반려견, 반려묘가 없어졌다고 하면, 걱정이 될 수 밖에.
고양아, 지금 어디있는지 모르겠지만 무사히 집에 잘 돌아 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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