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글쓰기가 두려운 그대에게

저도 글을 잘 쓸 수 있나요
글쓰기에 무슨 비법이 있는지 아는게 없었고, 글 쓰는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적도 없었다고 겸손히 이야기하는 책을 여는 글과 책 제목인 '특강' 은 뭔가 비범한 거리감이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첫 문장부터 책은 나를 더욱 깊이 끌어들였고, 논리적으로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게금 도와주었다. 노래와 같이 몸으로 익히고 습관을 들여야 잘 쓸 수 있다는 점이 와닿았으므로, 늘 블로그에 기록해왔던 것처럼 부족하고 논리 없는 글이라도 매일 조금씩 꾸준히 써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했다.
목차로 논증의 미학, 글쓰기의 철칙, 책읽기와 글쓰기, 전략적 독서, 못난 글을 피하는 법 등 그의 글쓰기 그리고 인생에 관한 철학이 나열되어 있다. 그중 가장 끌렸던 아날로그 방식 글쓰기 목차의 글쓰기 근육. 늘 근육으로 호흡하고 성대를 못살게 구는 나에게 글쓰기 근육이란 뭘까, 뇌 근육인가 아니면 타자를 치는 손가락 근육인가 알 수 없었으므로 제일 궁금했다. 하지만 차례대로 읽어 내려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에 건너뛰고 싶은 욕심을 간신히 누르고 찬찬히 독서를 시작했다.
처음 장부터 논리적 글쓰기에 대한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조목조목 알려주고 있다. 생각이 곧 말이고, 말이 곧 글이다. 그리고 영업기밀이지만 알고 보면 기밀이랄 것도 없을 만큼 간단한 규칙으로,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해야 함을 알려준다. 또한 주장은 '반드시' 논증해야 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세가지 규칙이란 얼핏 보면 뭐야, 당연한거 아냐? 싶을 수 있지만 실제로 글을 써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 세가지를 지키기가 가장 어렵다는 것을.
생각을 곰곰히 해보니, 나에게도 사실을 기술한 문장인 것 같은 아닌것 같은 (내거 인듯, 내거 아닌, 내거 같은 너..) 문장을 쓴 바가 여럿 있음이 떠올랐다. 웬걸,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단순한 주관적 취향 고백과 사실은 타당성을 논증해야 하는 면에서 완전히 다르단 이야기다. 블로그에 올라오는 많은 글들을 읽다보면 아주 쉽게 구별해 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 하는 공통적인 부분이라는 것.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사랑도 열정도 헌신도 없이 살아가는 인생이 널리고 널린 세상, 도대체 그 누가 겨울 골목길의 연탄재를 걷어찰 합당한 자격이 있다는 말인가. -본문 중
- '글쓰기의 철칙' -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제가 분명해야 하며 그 주제를 다루는 데 꼭 필요한 사실과 중요한 정보를 담아야 한다. 그 사실과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 주제와 정보와 논리를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뜻을 잘 전달하는 훌륭한 글을 물 흐르듯 잘 쓰려면 얼만큼의 연습이 필요할까. 훌륭한 글은 읽는 사람의 이성을 북돋우고 감정을 움직인다는데, 내 글은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전달 될 수 있을까. 일단은 타인 전에 나부터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선 읽던 책을 내려놓고 내가 여태 썼던 글 (어렸을때 부터 몇년 전 다이어리에서 발췌한 오글토글 글까지 싹 다) 정리해 한데 묶어 프린트로 뽑아 읽어보았다. 양이 실로 어마어마 했다. 보니 나도 꽤나 글을 썼구나. 모두 적절한 어휘를 다채롭게 활용한 것 같아 보이진 않았지만 확실히 단계별로 성장함이 눈에 띄었다. 재미있는 글도 있었고 말도 안되는 엉터리 글도 있었다.
논리 글쓰기는 문학 글쓰기보다 재능의 영향을 훨씬 덜 받는다. 조금 과장하면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 노력한다고 해서 누구나 안도현처럼 시를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누구나 노력하면 유시민만큼 에세이를 쓸 수는 있다. -본문 중
재능은 많이 부족한것 같지만, 확실히 노력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최소한 '나' 라도 만족시킬수 있는 글이. 음악과 마찬가지로 영감을 받음으로 부터 시작했던 대부분의 내 글은 감성적인 산문이 많았다. 전우용 선생도 역사학을 공부하면서 수없이 되풀이 했다는 글쓰기 훈련, 즉 텍스트 독해, 텍스트 요양 그리고 사유와 토론을 나도 이제부턴 본격화하자. 그렇게 해서 생겨나는 근육이 탄탄해질때까지 훈련해 보는 것이다.
많이 읽을 수록 더 잘 쓸 수 있다는 말처럼 열심히 읽어 보기로 내 자신과 다짐해본다. 벌써 2019년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올해 초 다짐했던 몇가지 일들 중 가장 유망했던 끊임 없이 책 읽기를 위해서라도.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책은 나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기도, 날카로운 가이드라인을 세워주기도 한 고마운 책이다.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음악이 아닌 다른 방식의 행위라는 글쓰기를 잘 하려면 내가 왜 쓰는지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 같은 의미로 내가 왜 노래를 하는지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 결국 모든 것은 다 연결 되어 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