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지기 친구와의 재회
만날때마다 새로운 지역의 새로운 떡볶이를 탐방하는 사이. 예전엔 이대 앞 즉석떡볶이를 그렇게 조졌(?)었는데, 지금 어엿한 사회인이 된 그녀와 아직도 철없는 어른이인 우리는 만나면 달달하고 매운 떡볶이를 찾으러 다닌다.
이번에는 처음 가보는 지역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무려 혼자도 가보지 않았던 경복궁역으로 향했다. 코피티암 카페를 가보고 싶었는데 오랜만에 보는 그녀와의 최적인 장소였다. 늘 정각에 도착하는 적이 없는 사랑스러운 그녀,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였다.
너무 보고 싶었고 보고있어도 보고싶은 친구. 연락은 잘 안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더 사랑한다고 믿는 밀당이 필요없는 사이. 고등학교 때 만나 각각 캐나다로, 한국으로, 유럽으로, 샌프란시스코로 떨어져 있던 시간이 더 오래인 이상한 만남이지만 누구보다도 서로를 잘 이해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같이 한국땅에 발 붙일 일이 없는 친구다. 왜 그럴까?
내가 한국 들어오면 너가 나가고, 너가 들어오니 이제 내가 파리로 떠났네. 우린 같이 있으면 안되나봐.
너 한국 들어올때마다라도 보면 되지 뭐. 이번에도 보고 가서 다행이다.
세시간 내내 수다를 떨어도 모자란, 6개월간의 공백. 커리어, 가족, 남자, 친구얘기.. 소소한 얘기가 그렇게 재미있다. 묵묵히 들어주고 생각을 나눠주는 고마운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 더 바랄것이 없다. 이만큼 날 잘 아는 친구가 또 있을까. 미련스런 내 모습까지 말없이 받아들여주는 친구기도 하고, 잘못할땐 쓴소리를 과감하게 날려주기도 하는 스승같은 존재다. 랄라야 넌 늘 잘 될줄 알았어. 너가 하고 싶어하던 대로 됐잖아. 내 친구 중에 너처럼 당당히 재밌게 사는 애 또 없어. 외로웠던 나에게 기운나는 소리를 늘어놓고 다독여준다.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한다. 사진도 보고 얘기도 들었지만 별로 내 성에 차지 않는다. 너가 좋으면 됐지 뭐. 하지만 친구가 아까운건 어쩔수 없으니. 40대가 되어서도 서로 짝이 없으면 그냥 서로 보고 살자고 프로포즈를 했지만 사실 나에게도 그녀가 아깝다. 오랜 유학생활로 닫혀버린 그녀의 어두운 마음이 환하게 열리기를, 사람과 일에 치여 고생하는 그녀의 생활이 조금이라도 안정 되기를 친구로서 조용히 응원할 뿐.
빨리 우리 어른이 돼서 같은 곳에서 좀 살자. 같은 동네에 살면서 심심할때 맥주 한잔 하자고 불러낼 수도 있고, 서로의 집에서 밤새고 수다도 떨어보고, 쇼핑도 가고, 휴일엔 서점에 가서 같이 책도 읽고 서로의 남자친구를 까주기도 하고. 그렇게 좀 살자. 언제 그렇게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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