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 가족의 딜레마> Omnivorous Family

세계적인 영장류 학자이며 환경 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가
찬사와 응원의 메세지를 보낸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

잡식가족의 딜레마 라는 영화를 처음 보게 된것은 황윤 감독님과 페친을 맺은 2017년 9월이였다. 2016년에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던 황윤 감독은 정치활동과 더불어 영화 제작, 강연 활동 등에 힘쓰고 있다. 그의 전작들을 보면 야생동물에 관심이 많았음을 알수 있는데, 돌연듯 가축에 눈을 돌려 이 <잡식가족의 딜레마> 영화를 제작하게 된 사연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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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황윤 감독이 감독, 주연으로 ‘돈가스 마니아의 돼지 찾아 삼만리’ 를 떠나는 이야기다. 2011년 구제역 살처분 때 저 많은 돼지들이 다 어디서 어떻게 살았을까, 난 왜 돼지를 본 적이 없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됐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마트에서 판매되는 상품이기 이전에 돼지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알고 싶어 돼지를 찾아 길을 떠난 이야기.


동물원에 갇힌 야생동물들의 삶에 관한 다큐영화 ‘작별’을 시작으로, 로드킬로 사라져가는 야생 동물들에 관한 ‘어느 날 그 길에서’ 등 자본주의 산업문명 속에서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관계에 관한 영화들을 만들어왔다.그러다 2011년 초 구제역 살처분 때 무려 350만의 소, 돼지가 산 채로 매장되는 걸 보면서, 비로소 ‘농장동물’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함께 사는 길의 일문일답 인터뷰 中



한창 구제역 이야기로 뉴스가 뒤들썩하던 때, 하얀 방역복을 입고 농장 주변에 약을 뿌려대는 사람들, 그리고 그걸 찍는 수많은 카메라를 잡는 광경이 반복해서 텔레비전에 나왔다. 그 어떤 뉴스도 실제로 이루어지는 구제역 살처분의 과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지는 않았다.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는 깜깜히 가린채 한 명분으로 온갖 살생할 거리를 만들고 대량생산하여 또 무참히 죽이는 일을 몇년마다 되풀이한다. 돼지를 살처분한 한 공무원의 인터뷰를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있는데, 생매장을 위해 돼지의 목을 기구로 움켜잡고 끌어내어, 우르르 파 놓은 땅에 쓰레기처럼 던져놓고는 덮어버린, ‘위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해야했던’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광경이 매일 악몽으로 꿈에서 나타난다 했다. 그의 고통은 누가 보상해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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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공장식 축사’ 에서 사육되는 돼지들과 소규모 농장인 <원가자농> 에서 길러지는 돼지들을 수시로 교차해서 보여주는데, 그 두 곳의 돼지들의 삶과 환경이 확실히 눈으로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고기를 찾는 수요가 많으니, 그 수요에 맞추려면 어쩔수 없이 대량생산을 해야한다는 것이 영화속 축사 주인의 해명이다. 이 모든 비윤리적인 광경들을 찾아가서 인터뷰하고 직접 눈으로 본 황윤 감독은 채식을 하기로 결심하는데,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 이 영화 후반대의 돈가스를 좋아하던 엄마가 채식을 결정을 내린 후 그녀가 속해있는 작은 가정에서부터 생기는 마찰과 갈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점이다. 과자에도 돼지기름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주지 않는 엄마의 야속하고도 갑작스런 행동에 아들 도영이는 울고불고 난리가 나고, 야생동물 수의사로 일하며, 인간이 음식으로 지정한 농장동물은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남편과도 큰 갈등이 생긴다. 여기서 관람할 포인트로는 여태까지 황윤 감독이 비춰주었던, 돼지가 몸에 꽉 끼는 스톨 안에서 죽을때까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비참한 삶, 에 얼마나 공감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말 제목 그대로 ‘딜레마’를 관객에게 선사하는 영화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나서 ‘아이’의 눈으로도 감상할수 있겠다 라고 느꼈는데, 실제 이 영화가 개봉했을때 찾아와서 영화 끝까지 몰입해 보고 가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어렸을때부터 이웃에 한명씩은 있었던 채식주의자 Vegetarian 들을 만나고 저녁식사해 초대해 시간을 여럿 보냄으로서 그들이 왜 존재하는지, 그들이 어떤 신념을 갖고 사는지 대충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는데, 이 독립영화를 보고나서 더욱이 관심이 생겼었다. 인간은 본 잡식동물이고 생존을 위해서는 다른 동물을 먹어야 했다. 문제는 그 과정이 잔인할 정도로 비윤리적이고, 불필요한 살생이 대량으로 자행되고 있다는 것. 또 다른 면도 있겠지만 현재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많은 채식주의자로 살아가고 있는 내 친구들을 보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 채식주의자의 7가지 유형 [베지테리언(vegetarian), 1번부터 4번까지]
  1. 비건(vegan) : 유제품과 동물의 알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경우

  2. 락토 베지테리언(Lacto vegetarian) : 유제품은 먹는 경우

  3. 오보 베지테리언(Ovo vegetarian) : 동물의 알은 먹는 경우

  4.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Lacto-ovo vegetarian) : 유제품과 동물의 알은 먹는 경우

[세미 베지테리언(semi-vegetarian), 5번부터 7번까지]

  1.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vegetarian) : 유제품, 동물의 알, 동물성 해산물까지는 먹는 경우

  2. 폴로 베지테리언(Pollo-vegetarian) : 유제품, 동물의 알, 동물성 해산물, 조류의 고기까지는 먹는 경우

  3. 플렉시테리언 (Flexitarian) : 평소에는 비건(vegan), 상황에 따라 육식도 하는 경우


나의 대부분의 채식주의자인 친구들은, 사실 내가 맞춰주지 않으면 밖에서 같이 식사 한끼 하기가 쉽지 않은 완전 생 비건이다. 나름 채식에 대해 공부하던 그들과의 만남 초기때는 집에 초대해서 베지테리언 레시피책을 펴놓고 열심히 요리를 해주곤 했었는데, 치명적인 실수를 한적이 있다. 비건은 유제품 마저 먹지 않는다는것을 깜박하고, 기껏 준비한 감자와 두부, 토마토 등을 익히는 과정에서 내가 늘상 하던대로 팬에 버터를 한 스쿱 퍼서 넣었더랜다. 부엌에 그 고소한 버터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하면서 아차, 싶었다. 우리는 어떤 음식엔 뭐가 들어가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안다 하더라도 귀찮음에 많은걸 생략하고 그냥 먹곤 한다. 그들이 채식주의자가 되는데 까지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들이 가진 공통점을 꼽자면 바로 내가 내 입속으로 넣는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과정을 통해 유통이 되었는지를 파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당장 우리가 할수 있는것은 무엇일까요? " 하는 물음에 황윤 감독은 이렇게 대답한다.

”우선 당장은 암퇘지 스톨과 산란계 배터리케이지부터 없어져야 합니다. 암퇘지를 몸에 딱 맞는 케이지에 가두는 스톨(감금틀)에서, 엄마돼지는 몸을 돌릴 수도 없습니다. ‘배터리케이지’란, 암탉을 A4 용지 3분의 2 정도밖에 안 되는 면적에 가두는 케이지인데, 이 속에서 암탉들은 평생 날개도 펼 수 없습니다. 이 두 가지가 유럽연합 28개국과 미국 일부 주에서 금지됐습니다.”
…(생략)
1990년대, 정부 주도와 막대한 예산 지원으로 시작된 공장식 축산으로, 대량사육과 대량소비가 시작됐습니다. 이때부터 고혈압, 심혈관질환, 당뇨, 암이 급증했고, 구제역, AI 가 창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마다 살처분을 하구요. 엄청난 분뇨, 지구온난화, 사막화, 물 고갈… 공장식 축산과 과도한 육식에 시급히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참고로, 이 영화는 대량으로 자행되는 살생으로 인간과 관련해 발생되는 질병 또는 환경에 대한 문제를 나열해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다큐는 아니다. 감독이자 주연인 황윤 감독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시선으로 이 모든 문제를 바라보고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감성중심 영화다. 내 소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 그리고 동물들과 더불어 살아가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는 지구. 이 환경적인 큰 틀에서 바라본다면 이 영화를 이해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마트에 진열된 ‘신선육’, ‘돈육’ 을 고르는 소비자들에게 돼지들이 어떻게 길러지는지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육류의 경우 다른 소비제보다 그 생산과정이 더욱 가려져 있다고 한다. 생산과정이 투명해져야만, 건강하고 윤리적인 소비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황윤 감독의 외침이 우리가 먹는 밥상에 올려지는 음식들에 대해서 한번쯤은 생각해볼만한 의미있는 과제라고 믿는다.



이미지 출저- '잡식가족의 딜레마' Facebook page '잡식가족의 딜레마' 영화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