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 환하게 지키기, <나를 지켜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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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세상과 타인에 휘둘리는 나를 붙잡아 준다. 취업, 결혼, 집 장만, 퇴사, 독립출판... 삶의 변곡점마다 청년은 편지를 썼고 시인은 그와 함께 걸었다.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 나를 이끌어준다는 것, 그리고 나도 누군가의 등대가 되어줄 수 있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지 않을까? ‘편지’라는 키워드에 끌렸던 고물작가님은 내게 이 책을 건네며 말했다. 레일라 님이 생각나서 선물로 드리고 싶었어요. 그가 나를 떠올렸다는 그 지점을 이 책 한가운데에서 나는 단박에 찾을 수 있었다. ‘편지’에 대한 강한 애정을 갖고 있는 공통점을 나누는 우리는 이 책 한권으로 더욱 가까워진 셈이다.


계절마다 한 번씩 편지를 주고 받으며 흐른 10년이란 세월이 녹아있는 이 책은 글을 쓰는 자들의 인문학적 자아와 세상에 휘둘리는 고찰들을 담고있다. ‘인간이 고뇌하는 별’인 책에 담긴 나눔들은 내가 그 어디에서도 누구에게서도 얻을 수 없었던, 느낄 수 없었던 따듯하지만 현명한 조언들을 드러낸다.


챕터별 씩씩하게 살아가는 시간, 세상을 이해하는 시간, 좋은 어른을 고민하는 시간 등은 평범한 우리가 일상에서 지켜온 고민들을 어떻게 붙들고 살 것인가에 대한 좋은 가이드를 슬쩍 남긴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편지는 몸과 마음 환하게 지켜내길 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건강검진에서 갑상샘암 진단을 받아 놀란 마음을 다독여주는 선생님의 따듯한 글은 읽던 내게 큰 감동을 주었다. 건강이 가장 큰 사랑의 방식이라는 말씀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진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덧붙여 쿠바의 이야기와 함께, 욕망을 다스리려면 감수성의 회복이 우선이고 이를 위한 문화예술을 구조적으로 정착시키는 게 중요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이 구절에 요새 앓고 있던 고민의 이가 쑥 빠졌다. 삶에 허덕이는 동료 예술인들의 소식을 하루가 멀다하고 접하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고찰은 사실 자괴감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는 중이었다. 조금씩 깨우치는 중이다. 답은 없을지라도 옳은 방향을 갖고 도달하고 있음에 포기하지 말아야겠지.


언제나 질문에 소홀하지 맙시다 라는 글로 마무리되는 이 책의 제목 즉 나를 지켜준 편지는 그 어떤 제목보다 이 책의 특성과 감성을 잘 나타낸 듯 하다. 질문함으로서, 소홀히 하지 않음으로서 서로를 지켜낸 그 10년간의 시간이 있었기에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나에게도 이런 인연이 와줄까, 왠지 부러워지는 책. 더불어 이런 좋은 책을 건네주신 고물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