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 Midnight, 2am, 4am, 6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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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불안해지면 대부분의 시간을 이불 안에서 보냅니다. 이불 밖에서는 이불 안에서 보낸 시간을 들키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지금부터는 전부 들통나버려도 좋습니다. -9년간 이불 안과 이불 밖을 드나들며 써내려간 한 사람의 기록 '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 중'



 매일 떠오르는 생각들과 글을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기 시작한지 거의 1년이 다 되어 간다. 좋았든 싫었든 그때 만의 감정은 기록하지 않는한은 추억이 되기에 언제든 다시 돌아가 들여다볼 수 있는 나만의 일기장으로 활용해온 셈이다. 그러한 일들을 9년이나 해온 작가, 김여진. 일, 만남, 헤어짐 등을 기록해온 그녀의 담담하지만 격정적인 말들은 읽고 있으면 마치 옆집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것만큼이나 친밀함이 느껴진다.

안 좋은 기억 열개가 있어도 좋은 기억 하나가 있으면, 그 하나의 기억이 확장되어 힘을 얻어 버티고 견대며 사는 거 아닐까. 불행은 시도 때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머릿속 사건 사고 기억 파일은 수시로 리셋이 되는데 행복한 순간의 모습은 오래도록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다. 찰나의 분위기들. 나는 그 조각들을 영상화시킬 수 밖에 없다. 나만의 저장소에서 꺼내어 되감기와 재생을 반복한다.



 나같은 사람이 또 있었구나. 과거로부터 힘을 받아 등떠밀려 현실로 나아가는 조금은 이상적이라고 볼 수 있는 내 자신의 모습이 책에서도 간간히 보였다. 요샌 이런 솔직한 에세이들이 자주 보인다. 전에도 늘 그래왔던 것일 수도 있지만 사람은 모름지기 내가 관심이 가는 것들만 찾아 보기 때문에 최근의 내 관심사가 옮겨진 것일 수도..

 자정부터 아침 해가 밝아올때까지의 테마로 그녀는 그동안의 기록을 풀어놓았다. 자정, 새벽 두시, 네시, 그리고 여섯시. 그 사이에 존재할 수많은 사건 사고들 중 책에 자리잡은 문구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알 수 없는 위안을 느끼게 한다. 책을 통해서는 여러가지를 느끼는데, 특히 나만 어떤 부분이 우울했고 힘들었던게 아니었구나를 알게 되었을때 깊은 안도감을 얻는다. 그리고 이 작가는 어떻게 극복했는지 아니면 어떻게 그녀의 삶에 녹아들도록 내버려 두었는지에 대해 읽는 일은 내 삶의 고난 또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 또한 선사한다.

 그녀는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누구는 사랑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지만 그런 사람이 가장 외로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진 않을테다. 그녀의 글은 희망적이다. 여린것 같지만, 강인하다. 덕분에 나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을 자그마한 용기가 생겼다.

모든 음악과 시, 소설과 영화 그리고 여행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라 생각해. 그러니 인간에 관해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는 짙어질 수 없지. 밤새 대화할 수 없고 평생 같이하기는 어렵지. 사랑하는 대상에게는 모순되는 감정이 동시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글을 읽었다. 그래서 애증이라는 말이 생긴 건가. 그래도 '애'가 먼저인 거야, '증'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