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萬海) 한용운 선생님의 집필실에서 맞이한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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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 강점기의 시인, 승려, 독립운동가인 한용운 선생님. 민족대표 33인 중 불교계의 대표로 3.1 독립선언을 이끈 선생은 일제강점기 시절에 한국 불교계의 분열을 막고자 힘쓴 승려이자 저항적 민족시인, 독립투사입니다. 옥중에서 '조선 독립의 서'(朝鮮獨立之書)를 지어 독립과 자유를 주장하셨죠.1926년 〈님의 침묵〉등의 시를 발표했습니다.



 한용운 선생님께서 집필활동을 한 서울 북촌에 위치한 계동길 위 집에 머물며 선생님의 흔적과 자취를 느끼고 지난 해를 반추하는 글 한편과 새로운 해의 다짐, 소망 등을 채우는 글 한편을 썼습니다. 올해의 시작을 뜻 깊은 장소에서 행하게 되어 내내 들뜨기도 했는데요. 거의 손대지 않아 옛날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집은 안채와 별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안채에 위치한 선생님이 집필실로 썼던 방은 아늑했고 조용해 명상이나 집필을 하기 좋은 공간이였어요.


 선생님이 글을 쓰던 장소, 그 곳이 주는 원대한 기운을 받고싶다 생각해 만든 자리였고, 실제로 하루동안 그 자리에 앉아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의 본질은 무엇이며 사람의 기운이란 무엇인지, 올해 내가 해야하는 일은 무엇인지 등과 씨름을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이런 시간 또한 그러하듯이, 올해는 만났던 좋은 인연들로부터 받은 힘이 가득했으니까요.


 아홉수, 모든 나이의 끝이자 미완성과 긴장을 의미한다는 미신의 숫자 9가 들어가는 나이였던 지난 해, 여러 사건사고들이 실제로 즐비했지만 돌아보면 다른 해와 비교해 특별히 힘들었거나 잘 안풀리는 해는 아니였습니다. 모든 일이 그런 것처럼 왔다가 가고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며 그때 마다 절 흔들고 또는 굳세게 만들어주곤 했거든요. 고마운 마음의 응원을 받아싶어 시작한 운동도,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스스로 서길 선택한 자립 시도도, 지나치게 애써왔던 시간들을 살짝 내려놓는 것도 전부 고마운 일들이었습니다. 누구에게 고맙냐면, 흔들리는 매일 속에서도 불안과 가능성 두가지를 모두 붙잡고 때론 약해질지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나 자신에게 고맙습니다. 부딫혀 봐야 알 수 있는 불확실한 모든 일에 열렬히 부딪혀보고 넘어지기도 했던 지난 시간이 있었기에 어떻게 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지 깨달았던 듯 합니다.


 최근 5년 전에 프랑스어를 더듬 더듬 공부하던 예전 노트를 발견했습니다. 온갖 악성트와 철자 표기법, 발음 등이 빼곡히 적혀있던 지난 시간 속 저는 가늠 할 수 없는 성장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글을 읽다 보니 2019년 한해의 키워드는 ‘방향성’과 ‘발아’ 두가지로 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가지 일을 시작하면 저돌적으로 달릴줄만 알았던 제게 옳은 방향성이란 무엇이고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을 수 있던 한 해 였거든요. 또한 식물이 포자에서 나와 성장을 시작함을 의미하는 ‘발아’ 라는 단어처럼, 글쓰기와 음악을 어떻게 대할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의 시작점을 끊었습니다. 책을 쓰며 재즈보컬을 공부하던 2019년, 전혀 다른 두 직무를 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여행자로서 살아온 아홉수 올 한해, 후회없이 마무리 했습니다.


 과거와 미래가 아닌 오늘, 현재를 사는 2020년이 되길 바랍니다. 행복한 일만 일어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랄 순 없지만 그 누구도 아프지 않는, 죽지 않는, 절망하지 않기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힘든 것이 디폴트인 사회지만 내 파이를 구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날들이 되길 바랍니다.

  1. 내적, 육체적 건강을 위한 운동 계속할 것
  2. 숨 쉬듯 책을 읽고 글 쓰기
  3. 약 빼놓지 않고 복용하며 마음 챙길것
  4. 두번째 책 마무리와 새로운 책 구성
  5. 여행을 많이 다닐 것
  6. 애쓰지 않고 내 자신을 위해 살것
  7. 사랑할 것 그리고 용서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