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gram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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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wifi 님이 만들어주신 대문입니다.



인터넷을 끊는다는 얘기는 아니고, 어쨋든 4년 가까이 방치해온(?) 인스타그램 Instagram 계정을 어제 삭제했다. 그 앱에서 이루어지는 무분별한 상업성과 여러 면들에 질려 실행에 옮긴 일이지만, 전 후로 주위에서 보내온 반응들이 재밌어 정리하여 올린다.

2014년 여름즈음 이였던 걸로 기억한다. 모두가 페이스북에 불타올랐던 한 때, 나도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이젠 각자 나라로 흩어져 있는) 다국적 친구들과의 교류, 머물렀던 학교의 교수님들과의 소통, 내 음악 페이지 홍보 등의 이유로 페이스북을 간간히 들여다 보곤 했었다. 피드엔 쓸데없는 글도 많았고, 허세글도 올라오면서 서로 좋아요를 눌러주던 그 평화롭던 한때 (그때까지만 해도 페이스북엔 광고가 많지 않았다) 케빈 시스트롬과 카이크 크레거가 2010년 공동설립한 인스타그램의 유입이 슬슬 페이스북에도 들어오기 시작했고, 스퀘어 아스펙트 비율 (Square (1:1) Aspect ratio) 로 사진을 찍고 올릴수 있는 독자적인 플랫폼을 내세우며 비상하기 시작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학사과정을 공부하던 나는 무대경험을 넓힌다는 명분으로 2013년에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캘리포니아-텍사스-뉴욕을 횡단한적이 있는데, 그때 작은 카메라를 가져갔었다. 그때 찍은 사진들만 1000장이 넘었다. 인물/풍경 사진의 비율이 50:50이였는데, 그중 아무리 골라도 페이스북 앨범에 모두 일일히 설명을 달아서 올리기는 벅찼다. 고민하던 참에 페이스북을 버리고 이미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간 대다수의 친구들의 10장씩만 Crop 크롭 해서 올려봐, 페이스북처럼 일일히 설명을 달지 않아도 돼. 하는 설득에 넘어가 제일 잘 나온것 몇장만 틱틱 올리기 시작했는데, 어라 생각보다 편하네? 싶어 차차 사용 빈도수를 높이게 된거였다.

글을 잘 읽지 않고 ‘사진’ 또는 ‘컨텐츠’ 를 쫓는 10-20대들에게 인스타그랩의 유입은 그의 SNS의 독자적인 비상을 가능케한 가장 큰 토대였다. (물론 Snapchat 이 런치하기 전이였지만, 후에도 Instagram 은 통계적으로 강세를 띄고있는데 작년 9월엔 사용 유저가 800만이 넘긴걸 봤을때) 한참 내가 잘나온 사진, 남이 찍어준 카메라를 의식한 부자연스러운 사진, 피드 맨 위로 올라갈수 있는 획기적인 사진 등을 위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내 별것 없는 일상을 올리며 친구들과 소통하고 소확행을 누리려던 본질을 잃어버리게 된것이다. 차차 광고나 상업 목적으로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고 인스타램을 이용하는 주요 연령대인 10-20대의 가장 큰 공통사인 연예인 사진들과 다이어트, 여행, 돈자랑 등을 하는 ’자극적이고 눈에띄는’ 글들이 무분병하게 피드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나의 클릭 데이터베이스 를 사용하는 Instagram 의 이용약관처럼, 잘못 클릭을 했더라도 그 게시물의 태그를 따라 관련된 모든 사진들이 내 피드에 올라왔다. 살을 빼고 싶으세요? 해독 주스를 마셔보세요! 지금 주문하면 배송무료! 7일만에 5kg를 감량할수 있는 글, 따라하면 누구나 몸짱될수 있는 운동 루틴 30초 비디오, 지나친 노출 사진과 혐오글, 세계를 누비는 금수저들의 호텔 수영장 사진들, 신상 화장품 리뷰들.. 도를 넘는 자극적 글들과 대세라며 특정 트렌드를 강요하는 글까지 무수히 넘쳐나기 시작했다.

DM 디엠 (direct message 다이렉트 메세지)을 정치적, 성적, 상업적, 불법적으로 이용하여 오고가는 그 수많은 비공개 현상들을 보고있자니 도저히 견딜수가 없었다. 최소 페이스북은 본인 생각을 글로 정리하여 소통하려는 아재 기질이 있다면, 인스타그램은 사진 한장으로 얼마나 사람들의 ‘좋아요’를 많이 받을수 있는지 경쟁하려는 피튀기는 투견장이 되어버렸다. (지금은 페이스북도 광고 투성에 정치싸움, 혐오글들이 많다) 물론 상업글이나 관종성을 띄고 있는 글들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수 있는 ‘오락성을 띄는 대중적인' 컨텐츠와, 인문/정치/경제/예술적/시사를 반영한 현재 우리 주위에 일어나고 있는 모두가 ‘눈과 귀를 열고 관심있게 들여다보아야할’ 컨텐츠의 생성 비율이 적당한 밸런스를 이루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쉽나. 이상적으로 얘기하자면 그렇다는 건데, 어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든 그 플랫폼의 특성을 가지고 있을수 밖에 없다.

조그만 네모창 안에 내 자신을 억지로 끼워넣어 관심 받고 싶어하는 외로운 내 자상, 또는 우리 모두의 집합체인 이곳이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혐오가 남발하는 공간으로 변해버렸다고 느낀 후 이곳과 나는 맞지 않다고 판단되 서서히 정리를 시작했다. 며칠전 계정 삭제 암시글을 올렸을때 인스타그램 정말 없앨거야? 라며 재차 물어오던 친구들과, 잘 알지 못하는 사이임에도 다이렉트 메세지로 연락을 해오던 사람들이 있었다. 내 결정에 박수 친다는 이들, 본인도 환멸을 느끼던 찰나에 용기를 얻었다는 이들, 뭘 탈퇴까지 하냐며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모두를 두고 난 떠났다. 좋은 컨텐츠란 무엇이고, 그 컨텐츠에 대한 보상은 무엇이며 그걸 받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란 물음을 반복해서 고민하던 찰나에 내게 스팀잇이란 밝은 문 하나가 크게 열렸으니까. 그 문 너머에는 과연 어떤 유저들이 있고, 무슨 세상이 있을까 란 물음을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며 공부를 시작한지 일주일이 조금 넘었고 드디어 며칠전 내 첫 글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스팀잇도 다른 플랫폼과 다를것 없이, ’보상’ 을 베이스로 두고 있는 한 ‘순수한 소통의 기반’ 이 될수는 없다고 얘기하는 누군가에게 ‘순수한 소통의 기반’이란 본질은 무엇이고, 전세계 사람들이 사용할수 있는 플랫폼에 적용한다고 했을때 그걸 유지할수 있는데에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역으로 질문하고 싶다. 과연 보상을 바라지 않고 모두가 순수하게 양질의 컨텐츠를 계속해서 제공할수 있는 곳이 있을까. 앞으로도 계속해서 좋은 컨텐츠의 업로드를 위해 같이 연구하고 서로에게 보상을 줄수 있는 이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가진 커뮤니티에 내가 조금이나마 기여를 할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