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파리 생활 회고록 <파리는 날마다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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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끝내고 나면, 마치 사랑을 나누고 난 것처럼 언제나 공허하고, 슬프면서도 행복했다. 이번 글은 잘된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다음 날 다시 읽어 봐야 얼마나 좋은 글인지 알게 되겠지만. -어니스트 헤밍웨이, <파리는 날마다 축제>



 헤밍웨이가 1921년에서 1926년 사이의 파리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서술하는, 그의 젊은 시절 보낸 생활을 회고하며 쓴 글들 모음인 <파리는 날마다 축제>. 원 제목은 1964년 처음 출간된 'Moveable Feast'으로, 추가된 원고 모음 ‘파리 스케치’ 에서처럼 파리 도심속 어느 카페에 앉아 마구 글을 휘갈겨 대는 그의 젊은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책.


 그의 추억이 진하게 배어있는 파리 곳곳의 카페들, 식당들, 거리들을 내 나름 현재의 기분으로 살아낸 지난 시간들 또한 반추하며, 원서가 아닌 한국어 번역책으로 이 책을 다시 읽었을땐 새삼 느낌이 달랐다. 파리에서 살아내기 전, 파리를 몰랐을때 읽고 떠올렸던 헤밍웨이는 나에겐 수 많은 (그것도 가슴 아픈 자살로 삶이 매듭지어진 비극적인) 작가중 한명일 뿐이었다.


 희미한 사진 속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깊은 눈의 할아버지인 그가 나만큼 문학과 파리를 사랑하고 친구를 위했던 사람임을 깨달았을때 그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후 버스에서 내려 목적 없이 걷고 싶은 비오는 회색빛의 날에도, 바쁜 스케줄 속 정신없는 와중에도 어디서든 책을 파는 가판대나 상점이 보이면 그의 흔적을 찾으려 애쓰게 되었다. 그의 눈과 감성으로 바라본 이 도시는 과연 어떤 곳일까. 정황이 다른 각각의 사람들에게 다르게 보일 이 오색빛의 도시가 그에겐 어떤 의미였을지 궁금했다. 그 질문을 어느정도 찾게 해준 그의 회고록, ‘파리는 날마다 축제’ 조금은 더 담대하고 깊이 이 도시에서 살아낼 수 있는 용기를, 그리고 사랑을 품게 해준 고마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