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에 대한 에세이 (feat. 옛 남자친구들)

너가 아직 찾지 못한 너의 비밀을 난 알길 원해. 너의 영혼을 나와 나누지 않을래? 진정한 너를 보게 해줘. 난 너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될거야. 내가 너의 ‘단 하나의 사람’ 이라고 말해. -Human 중, by Doddie Clark



    웃으며 헤어져 본 적이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끊고 벗어난다는 정의를 가진다면, 나에겐 헤어짐의 애증의 관계는 늘 미련스러움을 질질 끄는 미숙함과 뒤도 돌아보지 않는 쿨함 그 중간 어딘가에 둘 수 있다.친구와 오늘 나눈 얘기 중 나에게 넌 참 착해, 라는 말을 건네길래 과감히 자르고 이렇게 대답했다. "난 둘다야. 때론 엄청 못되기도 엄청 착하기도 해." 이 말은바로 누구의 기억에 난 아름다운 추억을 나눈 좋은 사람으로 남아있을 것이고, 누군가에겐 차가운 나쁜년 bitch 로 남아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타인으로부터 정해지는 나의 정체성의 많은 일부분을 통일 시킬순 없기에 그저 내 생각을 전하자면 그렇다. 물론, 나쁜 기억의 중심적인 인물로 남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냐만은.


    요즈음,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라는 말을 떠오른다. 비록 그 마음이 이어지진 못했더라도 그 시간이 존재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예전의 연인이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 마음은 진심이었음을 알기에, 지금 생각하고 있는 사람도 그리고 그 시절을 함께 했다는 사실에 고마울 뿐. 과거에 만났던 모든 사람들은 현재 나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큰 가르침을 준 스승인 셈이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나쁜 기억은 옅어지는 진리가 있기때문일까. 그토록 힘들어 했던 과거는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 일일히 나열하진 않겠지만 나에겐 아쉬운 인연들이 많다. 다시 만날 확율이 있냐고, 혹 그렇다면 다시 만나고 싶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대답은 '노' 이다. 하지만 20대 초반의 나와 지금의 나는 확실히 다른 방향의 사람으로 탈바꿈 한 상태고 헤어진 후에 서로 각자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왔을테니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아마 길을 지나가다 우연히라도 본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을 하기도 한다. 내 머리속의 나처럼 여유로운 웃음을 건네주며 잘 지냈어? 라고 말을 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리워 했던 내 기억 속 그들을 다시 만나는 일은 내 예상만큼 힘들기만 한 일은 아닐 것이다.




    나의 인생 타임라인을 함께한 친구들이 있다. 그들과 가정사, 연애사, 몇번이나 바뀐 직업, 동료들, 끊임없이 쌓아가는 서로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나누며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그때 걔 있잖아- 로 시작하는 말문만 터도 서로 알아차린다. 이 짜식 또 추억에 젖어있구나. 정신차릴 말을 해주자.


    '사람'에 대한 갈망과 '사람'에 의한 외로움을 나눈다는 것, 그리고 같이 성장한다는 일은 참 신기한 경험이며 불가항력적이다. 불안하고 흔들리는 우리의 삶을 부여잡고 단단해질 수 있도록 서로를 위해 울어주고 잡아주었던 지난날의 우리는 전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탈바꿈했다.


    아모르파티의 가사처럼 '왔다갈 한번의 인생아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는 우리 현재의 삶은 말라 비틀어지다 못해 퍽퍽한 걸까, 아님 당연해져 가는걸까. 아니, 그보다 연애가 필수이긴 한걸까. 궁금해진다. 박정현의 싱글링의 가사처럼, '사랑받는 것만이 내 목표였었지. 남자없인 큰일 날 줄 알고 살았지' 에 공감하던 지난 날을 뒤로하고 내 자신을 돌보는 길에 좀 더 집중하는 삶을 사는 나를 내 지난 남자친구들은 이미 예상한걸까.


    연애하면 해서 힘들고 안해도 힘들다는 친구야. 무엇으로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지 주위를 한번 둘러보는건 어떨까. 사랑의 정의는 대단한 것이 아닌, 서로 같이 성장하는 데 있다고 생각해. 사람의 마음은 셀 수 없이 바뀌고 흔들리기에, 그중 불안한 나 자신을 단단히 잡아줄 인생의 동반자를 찾는 것은 아주 행운인 일인것 같아. 그 동반자를 찾는 과정에서 나조차 완벽하지 않은 사람임을 인정한다면 더 나은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더 나은 사람을 찾게 될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