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거리로 나올수 밖에 없는 이유

    하루종일 이 폭력적인 시위가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샹젤리제 끝에서부터 개선문을 둘러싸고 전이되고 있는지 각종 미디어와 뉴스에서 도배를 하고, 카톡과 전화로 너는 괜찮냐는 안부 연락이 쇄도한지 며칠이 지난 이 시점. 조금은 잠잠해졌을까요. 학교 친구들과 프랑스 정부와 이 상황에 대하여 여러 얘기를 나누고 나서 든 생각은 역시나 미디어가 문제였구나, 였습니다. 사실상 1968년 혁명 이후 가장 폭력적인 시위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심각한 상황이였으니까요.

    하지만 그 어떤 보도 매체도, 외신도 시위대들이 ‘왜’ 길거리로 나오게 되었는지, ‘왜’ 분노하고 있는 건지 전해주진 않았습니다. 같은 상황이였다고 한들 우리 나라 언론도 마찬가지 일거라고 생각해요. 11월에 열린 임신중단 합법화 시위, 교육계재립촉구시위, 지난 10월에 열린 몰카 편파 수사 시위, 여성 소비 총 파업데이 등 시위들의 부분적인 단면만 극단적으로 보도하고, 왜 8만명이 넘는 그들이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내는지 그 누구도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집안이 빵빵하고 좋은 학교를 나온, 흔히 말하는 '파리지앙, 파리지엔'으로 불리는 사람들과 당장 오늘 먹고 사는게 중요한 서민들로 현재 프랑스는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어요. 대통령의 밀어부치기 정책은 이 둘 사이의 골을 극대화 시키고 있죠. 있는 사람들은 이 서민들의 곪아가는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 문제라며 치부해버리기 일쑤고, 서민들은 돈 있고 빽있는 자들의 위치를 올려다보며 한숨만 쉴 뿐입니다. 그러다 'Gilet jaune', 즉 노란조끼 시위대 들의 반발로 인해 이 폭력적인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운 좋게 자본을 등에 업고 태어난 마크롱과 그 정부가 서민들의 불안을 이해하고 포용하며 실질적으로 평등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질 수 있는 정책을 내놓을 거란 생각은 진작 버렸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조금이나마 깨닫는 것이 있었을까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다쳤습니다.

    폭력은 어느 방법으로든 정당화 될 수 없지만, 한가지는 분명합니다. 계속 억압하기만 하면, 분명히 언젠가는 터진다는 것.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도 또 한번의 시위가 열릴 예정인데 불안하기만 하네요.

Picture by Lefiga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