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미뤄왔던 심리치료

'병'이 아닌 '사람'을 살피는 병원. 우리동네 30분의원에 다녀왔어요.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집 같은 분위기에 긴장이 사르르 풀렸어요. 곳곳에 눈에 띄던 화분들과 평화로운 고양이들이 반겨주는 듯 했습니다. 정제닥(일반의사 정혜진님)께서 따듯하게 맞아주셨고,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나, 왜 상담을 받으러 오게 되었는지 부터 세션을 시작했습니다. 그 상담 속에서 무엇이 나를 갉아먹고 있었는지, 괴롭게 했는지, 잠을 못들게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갈 수 있었어요. 그 과정을 세세히 적기란 어렵겠지만, 전문의와 나누는 진솔한 대화에 여태껏 숨겨왔던 마음이 녹기에는 충분했습니다.
특히나 동네 언니 같은 따듯함으로 환자들의 상태를 진심으로 바라봐주시는 닥터의 배려가 내내 느껴졌기에 너무나 감사했어요. 정형화된 한국의 의사들의 짜여진 진료-진단-약처방이 3분안에 끝나는 기계적인 상담이 아닌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들어봐주려 노력하시는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거든요.
약을 처방받고, 한국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진료를 봐주시려는 모습에 벌써 마음이 치유되기 시작함을 느꼈습니다. 현재 제가 겪고 있는 PTSD, 불면증 등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이런 병들이 사실은 '선고'를 받고 나서야 자각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부터 인지하고 열린 마음으로 스스로를 돌아봄으로 치유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상담 도중, 제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시고 많은 공감을 해주시던 닥터께서 왜이렇게 늦게 오셨냐, 너무 묵혀둔것 같다. 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제 자신을 다른 누구도 아닌 제가 가장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더라구요. 나 자신과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고 알아가야 하는데 사실 먹고 살다보면 그게 쉽지 않잖아요. 이제부터라도 나 자신을 생각해보시라는 조언에 큰 위로를 받고 온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동네 30분의원은 진료과목에 관계없이 어떤 문제든지 의사와 상의할 수 있는 1차 의원입니다. 감기나 장염같은 급성질환은 물론이고, 각종 예방접종, 고혈압이나 당뇨같은 만성질환, 건강에 대한 전반적인 상담, 비만과 다이어트, 운동 및 식이조절, 금연에 대한 보조요법, 현재 심리상태에 대한 평가 및 상담,건강검진에 대한 가이드라인, 타 병원에서의 진료내용에 대한 문의 등 어떤 것이라도 의사와 상의할 수 있습니다.
삼십육쩜육도씨 의료생협인 우리동네 30분의원은 수요일 오전에는 가정 방문진료, 요양센터 촉탁진료 업무를 하고 있고, 토요일은 환자가 많아 예약을 하고 가시는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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