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맥귀간 감독의 영화. 프렌치 영화인 아파트를 각색하여 만든 영화라 사람들의 평가가 갈리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조쉬 하트넷, 그리고 다이앤 크루거가 다 한 영화라는 생각. 그 둘 사이의 꼬이고 꼬인 실마리를 풀어가는 재미또한 크다.
영화는 주인공인 조쉬 하트넷, 그의 비즈니스 미팅으로부터 시작한다. 그와 결혼할 여자친구 그리고 그녀의 오빠와 함께 엮여있는 그의 삶. 뉴욕에서 바쁜 나날을 지내던 그는 그 미팅장소에서 그가 잊지 못하던 사랑했던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스치듯 짧게 지나가던 그녀의 모습에 그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미련과 욕망에 순간적으로 다시 강하게 사로잡히게 된다. 어떤 사랑과 이별을 했길래 그는 찰나의 목소리와 뒷모습만으로도 그녀임을 직감할 수 있었을까. 전심을 다해 사랑했던 상대방이였다면 그의 향수, 목소리, 머리카락, 손가락까지 도저히 잊혀지지 않는 것인가.
단순한 사랑영화가 아니다. 이상한 기류와 미묘한 음악 스트링이 이 영화는 평범하지 않은 미스테리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가 그녀를 지나치는 전화박스 안에서 떠나간 그녀의 향수를 깊게 들이마시는 그의 모습은 마음이 저릴정도로 깊은 사연이 있어 보인다. 몽롱하게 시작되는 도입부와 이끌리듯 그녀를 찾아 나서는 그의 발걸음은 그녀의 호텔방으로 이어지고, 텅 비어있는 그곳에서 그녀의 자취를 찾으려 애쓰는 그는 마치 어제 헤어진 사람인마냥 그녀를 그리워하고 취하려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의 침대에서 향기를 맡고, 그녀의 소지품에 입술을 대는 둥.. 마치 변태같아 보이는 무서운 장면들이기에 내용을 모르고 영화를 보는 사람이라면 이게 뭔가 싶어 빠져들만 하다.
매튜와 리사는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러나 복선은 그 둘이 아닌 그 둘을 바라보는 다른 이에게 있다는것.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비추며 왜이렇게 그가 한 여자에게 ‘집착’을 보이는지 풀어주고 있다. 그러나 정말 마지막까지 그 찝찝함과 답답함은 해소되질 않는데, 이유로는 막강한? 복선에게 있다. 스포일러 주의. 리사와 친한 친구인 알렉스가 주요 인물. 아무리 사람이 악의를 가지고 장난을 쳐도 ‘영화속’ 인연에게는 결국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한다는 드라마틱한 설정을 가졌더래도 충분히 긴 1시간54분 러닝타임을 보상해줄 영화다.
이 영화에서 내가 공감했던 점은 조쉬 하트넷의 순수한 집착성이다. ‘집착’ Obsession 앞에 순수하다 라는 형용사를 붙인 이유는 영화를 끝까지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순수함을 요새 소모적이고 필요에만 맺는 가벼운 연애감정과 과연 비교할 수 없는 것 처럼 느껴져서. 그 무서운 집착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이남자에겐 사연이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그의 깊은 눈동자 때문일까. 정말 애절하고 진실하게 그녀를 사랑하는 듯한 몸짓과 눈빛, 화면을 뚫고 나오는 그의 떨림이 전해져서 일까. 너무나 매력적인 이 두 커플의 실루엣에 영화를 보는 내내 덩달아 내가 연애를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착각이 들정도. 보는 내내 같이 떨리고 같이 그리워했다.
자신에게 반한 이 남자의 마음을 알고 다가간 그녀 그리고 그녀를 용기내 잡은 사랑에 빠진 남자. 마지막 장면인 그와 그녀가 다시 공항에서 만나게 되는 그 순간,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모습에 여운이 짙게 남는다. 배경은 시카고지만 음악엔 프렌치 감성이 녹아있는 이 영화를 다시, 한국에서 파리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보게 된 것도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순수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다 데이고 상처받는 내가 진저리쳐지는 지금 나에게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이야기 해주는 건가. 순수한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믿어도 되는 걸까.
영화속, 그장면 시리즈
[영화속,그장면] #1 Atonement | 속죄와 편지 그리고 기다림
[영화속,그장면] #2 Le Week-end | 파리에서의 주말
[영화속,그장면] #3 Midnight in Paris | 자정마다 시간여행을 하는 남자
[영화속,그장면] #4 메소드 | 완벽한 싱어와 그냥 월터의 이야기
[영화속,그장면] #5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영화속, 그장면] #6 인간중독 | 당신을 안보면 숨을 쉴수가 없어
[영화속,그장면] #7 Call Me By Your Name | 사랑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