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본심은 행동에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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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reotype


 스테레오타입이란 비교적 고정된 견해와 사고 또는 고정관념을 의미한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말이 있다면 바로 이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계 어딜 가나 존재하는 뿌리 깊은 사상들이지만, 특히 한국에만 오면 굉장히 불편하게 하는 여러 상황을 마주치게 된다. 남자는 다 이렇다, 여자는 이렇다 라는 잣대는 사람의 한계를 긋고 편견의 틀 안에서만 바라보게 하는 장치인 스테레오 타입은 가장 넌덜머리가 나는 것 중 하나이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그런 것은 아니고, 특정한 상황을 비추어 볼때- 이해하고 나아가는데 있어 도움이 되는 ‘통계’는 당연히 필요할 때가 있다. 그것 또한 내가 현명하게 적용해야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아무런 상관이 없는 제3자인 누군가가 나서서 조언이랍시고 에이~ 여자는 다 그렇잖아요 남자는 다 이래요 라는 어줍잖은 시도를 던지는 경우를 살면서 내가 몇번을 겪었을까. (여기서 극한직업의 하늬언니의 도도한 목소리가 오버랩된다. 오늘 내가 과연 몇개의 테이블을 세팅하고 치웠을것 같니.) 셀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제는 정도를 모르는 무식한 드립 외에는 가볍게 무시하는 내공을 쌓았기에 큰 문제는 아니지만.


 진정으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사람은 왜 이렇게 행동했는지 또한 그 상황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생각하고 대처하면 더 나은지에 대해 순수하게 조언해 주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길어봤자 20-30년 겪었을 그 좁은 우물안의 시각만을 자신만의 편협한 시각으로 단정지어 버리는 무례한 일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겪는 일이다.

 배려란 무엇이고, 무례를 범한다 라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필요에 의해 관계를 맺는다. 그래서 늘 적당히 경계하고 사람과의 거리를 두어야 하는데,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사람이 이 모습을 기준으로 두고 생각할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사람도 나쁜면이 있을거야 라고 생각하고 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것은 '나', 내 자신 지키기 이다. 겉으로 아무리 좋아보이는 사람일지라도 내가 나의 모든 것을 알 수 없는 당연한 사실처럼, 내가 그 사람을 알거라고 간과해서는 안된다. 사실, 그 사람에 대해 내가 차곡차곡 쌓아올린 이미지는 '선할'거라는 믿음과 착각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의 본심은 행동에서 나타날 것이니 혼자 어디 저 멀리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 말고 간단명료하게 그들의 '행동'을 보면 된다.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 더욱 명확히 알 수 있다. 거꾸로, 나도 상대방을 존중과 배려로 대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상대방을 거울처럼 대해야 하는 것.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모든 경우 속 나라는 존재는 어떻게 비춰지는지 배려는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지나치게 고민하던 20대. 나이와 성별,직업을 떠나 진솔한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차차 관계는 점차 걸러지고 사람은 줄어든다. 내가 나를 포장해야 애써 지킬수 있던 소모적인 관계 또한 지쳐간다. 나를 두리뭉실 둘러쌓아 노력해서 만든 관계는 30대쯤 정리가 된다고 한다. 내 모난부분, 별로인 부분을 편히 드러내도 날 좋아해주는 사람들과 오래 가는 것. 더이상 사람에게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오랜만의 심리상담 중 큰 위로와 도움이 되는 말들을 잔뜩 듣고 돌아왔다. 그중 하나는, 내가 되게 별로일 수 있겠구나 라고 인정하는것. 내가 생각보다 그렇게 좋지만은 아닌 사람일 수 있구나. 스스로 받아들이고 편해지면 된다. 나는 여태까지 너무나 노력해왔다. 사실, 사랑받고 사랑하고 인정받고 끼고싶어 무던히 발버둥친 시간들에 지쳤던 것이다. 어떻게 하면 상처받지 않고 의연해 질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통해 내가 '나'를 사랑하면 된다는 답을 얻었다.


 내 중심을 '타인'에게 두지 않는 것.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는 없는 것. 통계적으로 세상에서 만날 사람들의 30%는 날 싫어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누구나 나를 싫어할 수 있다. 그건 그 사람의 권리이다. 또한, 나도 그걸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권리가 있다. 나와 그저 결이 다를 수도 있고, 내 캐릭터가 싫을 수도 있다. 그건 그 사람 사정이고, 나는 내 갈길 가면 된다. 이 쉬운 이치를 받아들이지 못해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들을 봐왔다.


 이 넘치는 '사랑'에 관한, '관심'에 관한 에너지를 남에게 두지 않고 내 자신에게 충분히 듬뿍 주다보면, 주위 사람들은 걸러지게 되고 나는 편하게 사람들을 대하면서 비로소 진정한 나를 돌볼 수 있게 된다. 의연하게 나와 타자 모두를 사랑하자. 쉽지 않은 일이고 매일 넘어짐을 반복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