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수업>, 나를 사랑하게 되는 자존감 회복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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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기 같은 자존감 훈련
윤홍균 작가는 인터뷰 영상이나 자존감이란 단어를 검색하면 으레 같이 떠오르는 이름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이자 상담의, 의사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분이다. 오래 전부터 나를 갉아먹는 우울한 기분, 그 무엇도 나를 채워줄 수 없고 그 어떠한 타인이 나를 사랑해 준들 충분치 않았던 어두웠던 시절 늘 화두로 떠올랐던 '나의 자존감'. 작년 한국에 잠시 다녀가며 책방에 들렸을때 보았던 이 책은 (안그래도 바쁜 일정 와중에) 그 하루 속 줄서있던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게 했고, 그 자리에서 앉아서 읽고 또 읽게 했다. 아직도 비가 오던 그 쌉쌀한 내음의 하루가 생각난다. 정신을 번쩍 들게 해주거나 어떠한 과학적 설명으로 내게 깨달음을 준것이 아니라, 한지에 먹을 서서히 물들이듯이 천천히 내 안의 무엇이 치유됨을 느꼈다. 나를 사랑하게 되는 자존감 회복 훈련이라니. 왜 나는 나를 제대로 들여다 보지 않았을까.
작가는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은 자전거를 타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쉴 새 없이 움직이고, 혼자서 터득하기 힘든 부분과 30년 넘게 자전거를 탄 사람도 가끔은 넘어지곤 하는 것이 그렇다는 것. 하지만 다시 일으켜 올라탈 줄 알고, 상처를 치료할 줄 아는 사람은 자전거를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존감 또한 그렇다. 수치가 있다고 하면 100% 채워진 자존감이 어떠한 일에도 꿈쩍도 않고 나를 평생 찰랑찰랑 채워줄 것만 같다면 오산이다. 작은일에 무너지기도 하고 반복되는 슬럼프에 평소와 정반대인 나의 어두운 면을 끌어올리기도 하는 건 누구나 겪어보고 공감하는 일일 터.
나는 이 책을 바로 엊그제, 레슨하는 학생의 집 책장 한구석에 꽃혀있는 것을 발견하곤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뭔가, 요새 연이은 계획의 수포로 떨어져가는 자존감을 다시 팽팽히 잡아줄 거리를 찾은 것 같았달까. 수업을 마치고 바로 책을 빌려와서 다시 단숨에 정독했다. 다시금 따듯한 위로를 받은 기분이다. 글의 힘은 이렇게나 크다. 음악도 마찬가지로, 그 공간과 시간을 아예 다른 곳으로 바뀌어버리기도 하고 삶을 바꿔놓기도 한다.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니고 그 깊이 또한 얕고 좁지만, 그래도 그 중 내가 읽은 책의 인생 책 몇권을 꼽는다면 그 안에 단연 들어갈 책이다.
공간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나는 파리에 와서, 시간적으로 생각해보면 20대 후반에 들어서야, 관계적으로 보면 지금 써클안에 들어가 있는 고마운 사람들을 포용하고 나서부터,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부터 내 인생은 심플해졌다. 잠시 향수에 젖어 외로워도, 노래가 안되도, 돈이 떨어져도, 몸이 아파도 등등 정말 행복했다. 혼자 길을 걸어도 심심하지 않고, 방황할 때도 사랑하는 '나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즉, 내면에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날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자신감이 참 매력으로 작용해 나에게 끌렸다고 말해주기도 한다.
내 자신을 사랑할 수 없었을 때의 불쾌한 기분, 그거 참 극복하기 어려운 기분이다. 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데 누가 날 사랑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갖던 시간속의 나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이 책을 살며시 권하고 싶다. 물론 책이 내 인생의 정답은 아니며 누군가에겐 공감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추천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책은 가장 어려웠던 내 자신을 사랑하는 일, 가장 가까운 친구는 바로 나라는 것을 알려줬던 책이기에 추천을 멈추지 않을 것. 에필로그의 말처럼, 당신은 밀림의 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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