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썅년의 미학 +> 우리는 너무 많이 겪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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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서, 여자니까, 여자이므로


 민서영 작가님의 썅년의 미학, 썅년의 미학 플러스에선 지금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대다수가 겪고, 조장하고, 또 대다수가 외면해온 일들을 그린다. 페미니즘이 뭐냐고 묻는 이들에게 대체 뭐가 기울어진거냐고 이만하면 살기 좋지 않냐, 너가 예민하다고 묻는 '무딘' 그들에게 어렵지 않게 건네줄 수 있는 책이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진정한것은 무엇이다를 열거해놓은 것이 아니라 우리 집, 직장, 길거리, 사회 어디서든 누구나 한번쯤은 속해보았을 상황을 그린다. 그리고 너무나 경쾌하고 시원하다. 동시에 분노가 차오르지만, 일단락 이런 책이 세상에 나왔음을 감사하자.


 입장을 '바꿔' 보았나요 라는 물음. 말하기 전에 생각했나요? 아무리 상상일지라도 불쾌할것 같은, 알것만 같은 그 느낌만으로는 충분히 상대방의 고통을 이해할 수 없다. 때문에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며느라기 등 가부장제 논란에 당당히 서있는 이 책들과 그녀들의 활동은 경이로울 정도로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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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내 몸은, 내 얼굴은, 나는 내가 알아서 할게.
part 2. 일즉일체다즉일
part 3. 페미니즘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두번째 '썅년', 이러한 책이 나옴으로서 더 많은 남성과 여성이 읽음으로서 타인의 고통을 한번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확신한다.

프롤로그 글(발췌)

남자들도 그러길 바란다 (끝과 끝을 생각하며 적어본 글입니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끝까지 읽어봐주세요)

남자들도 그러길 바란다. 남자는 날씬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 때문에 이미 저체중인 몸을 이끌고 운동을 하고, 하루 종일 굶다가 한밤중에 폭식을 하고 토하기를 반복하기를 바란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온갖 정체불명의 다이어트 식품과 약을 사 먹기를 바란다.

하루 종일 미디어에 등장하는 비현실적으로 예쁘고 마른 남성 연예인을 보면서 나는 왜 저렇지 않은가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기를 바란다. 짦은 무대 의상 아래, 속옷이 보일까봐 속바지를 입고 춤을 추는 남자 아이돌을 보길 바란다. 남자를 겁박하고, 억지로 끌고 가고, 폭력을 저지르는 것을 애정 표현이라 연출하는 드라마와 영화에 늘 노출되어 있기를 바란다. 남자라는 이유로 애교와 '누나'라는 호칭을 강요당하기를 바란다. 남자를 욕할 때는 김치남, 된장남, 애비충이라는 소리를 빼놓을 수 없기를 바란다.

남자 나이 서른이면 상폐남이라는 소리를 듣고 끊임없이 나이 어린 남자와 비교당하길 바란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눈이 너무 높다거나 문제가 있는 남자라는 소리를 듣고, 결혼을 하면 '취가(취직 장가) 했다며 욕을 먹기를 바란다. 결혼을 무덤이라는 여자들의 농담과 처가살이 맹인 3년,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이라며 수긍하길 바란다. 임신하고 아이를 낳기까지의 10개월 동안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지, 임신은 축복이라는 말 뒤에 가려져 속았다고 느끼길 바란다. 아이를 낳고 경력이 단절되기를 바란다.

남성인권운동에 힘을 쓰면 여자한테 인기가 없어서 돌아버린, 뚱뚱하고 못생긴 남자라는 소리를 듣기를 바란다. 남자의 권리를 외치면 의무는 하지 않고 권리만 외친다는 소리를 듣기를 바란다.

남자들도 그러기를 바란다. 그렇기에, 이 세상에서 여자들은 더이상 이런 일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 -민서영 작가

+p.s. 퇴근하고 돌아오신 아버지가 가장 먼저 집은 책이기도 하고, 읽고 난 후에 토론할 거리가 많아 왠지 모를 기대감이 있는 책이기도 하다. 어머니도 읽으시라고 드렸는데, 초반 몇장을 안넘기고 바빠 다른일을 보셨다. 소파에 앉아 정독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공통된 주제로 공통된 마음으로 좋은 이야기를 나눌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