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함을 표현하는 것
처음에 불씨처럼 조그맣게 일어난 마음이 조금씩 커지고 커져 제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어요.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부터 저의 모든 의식을 송두리째 조종하고 있는 한 사람에 대해서 요새 밤낮이고 멈추지 않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날카로우면서도 넓은 포용력을 보여주시고, 차가우면서도 따듯한 마음을 가진, 웃는 모습이 모든 것을 녹일 수 있는 힘을 가진 분을 만났습니다. 이분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계획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설렘과 떨림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어요. 실로 제가 평생을 공부한다 해도 생각조차 하지 못할 영화같은 이 데를 가진, 사랑과 동시에 존경을 품게 하는 분이라고 할 수 있죠.
그 분을 처음 만나게 된 계기로는, 계획하시던 공연의 뮤지션을 찾는 과정에서 저와 아코디어니스트 제찬님께 연락이 닿아 카페에서 마주하게 되었어요. 무더웠던 날, 테라스에 앉아 얘기를 나누던 그 날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네요. 처음 만난 자리이지만 친근하게 커리어에 대한 조언을 아낌없이 주신 것도, 며칠 전 요리를 하는 도중 화상을 입었다며 팔에 상처가 나 있었던 것도 전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로 셀 수 없이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고 돌봐주시는 모습에 변하는 제 모습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인제 보니 처음부터 저의 인생 조언자로 등극하셨었네요.
제 삶에서, 라고 여태 걸어온 그 좁은 기로를 생각해보면, 그동안 가져왔던 수많은 물음에 진정으로 대답을 해주려는 사람을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어요. 사람은 늘 항상 끊임없는 물음과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니까요. 여태, 진정한 스승님을 만났다고 얘기할 수 없었거든요.
깊은 인내심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번 설명해주고 가르쳐주며, 돌봐주시는 그 깊은 마음을 주위의 모두가 감사하고 있을 겁니다. 잘못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칼같이 쓴소리하시는 것까지…. 쓴소리도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란 걸 모두 알고 있거든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꿈의 계획들을 실현해 주셨을지 모릅니다. 고마우면 나중에 먼 후배들에게 그만큼 베풀면 된다고 손사래를 치시며 쿨하게 퇴장하시는 모습까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짝사랑인듯합니다. 저에게 아끼지 않는 조언을 건네주시면서도, 그분이 살아온 세월의 무게와 깊이까지 제가 모두 품기엔 역부족임을 동시에 느끼니까요. 선물 같은 존재인 은사님을 만나려 멀리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나 봅니다. 열심히 곡을 쓰고 노래하는 저의 사랑 방식으로나마 제 부족한 마음을 지탱해야겠지요.
흔히 쓰이는 메타포 중, '데이팅'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군가와 데이트하려면 그 사람에 대해서 백퍼센트 알아야 데이트 하는것이 아닌것처럼, 그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면 그 사람이 자꾸 보고싶기도 하고, 서서히 만나면서 데이트를 시작하는 것이에요. 연서 없는 데이트도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요.
끊임없이 모름의 영역을 놔두면서, 그것에 대한 열정을 끊임없이 불살라야 합니다. 앞으로 이 관계에서도 데이팅 하듯이 부족한 부분은 공부해 가면서 저도 받은 사랑을 300% 돌려드릴 생각입니다.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거든요. 요새 그 분의 건강이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만...
제 마음은 편파적이지만 갈대기도 합니다. 유난을 떨어보고자 마음을 몇 자 적었는데, 그분께선 레일라 이게 무슨 말이냐고 웃으며 넘어가시겠지요. 누가 뭐래도 은사님을 향한 제 부족한 사랑은 멈추지 않을 테니 앞으로는 당당하게 사랑을 표하렵니다.
이번 한국 일정으로 자주 비추던 얼굴이 몇 주간 뜸해질텐데, 그때야 저를 조금은 그리워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빈자리를 느껴보시라고 편지도 남기지 않고 훅 떠날 생각입니다. 가차없이. 소심하게.
가사를 만들면서 이보다 더한 낯부끄러운 마음을 써왔지만, 누군가를 향해 이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건 처음입니다. 뭐든 처음은 있는 법이니 앞으로는 더욱더 큰 사랑을 품고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겠죠? 사랑은 나눌수록 커지는 것이니까요. 모두 가까운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전해보세요. 그 마음이 더 커지리라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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