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일지] 연습이란

시간이 나노단위로 흘러간다. 나노란 미터의 십억분의 일에 해당하는 길이의 단위라는데, 실제 정도의 느낌상 흘러가는 시간이라면 그만큼 느리고 답답하다 라는 뜻으로 쓰이겠다. 하루는 나노단위로 흘러갈만큼 느리지만 또 뒤를 돌아보면 엊그제같았던 신년은 벌써 3월을 바라보고 있고 금새 1년의 4분기가 지난 셈이니 참 아이러니 함. 갖고있는 플레이리스트를 끝없이 돌리고 돌려 책을 쓰며 재생한지 몇달 째라 조금은 새로운 음악을 듣고 싶어 몇 다양한 루트로 찾기 시작했는데 왠걸...역시 시야를 조금만 넓히면 들을 음악은 많고, 카피할 영역은 넓음. 한 무더기 앨범을 발견했다.
한동안 푹 쉬었던 호흡연습을 재개했다. 너무 푹 잘쉬었나, 복부에 힘이 조금은 버겁다. 한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복근 운동은 빼놓지 않고 간간히 했었는데 수면부족과 여러 일들의 겹침으로 인해 생활이 조금 망가졌고, 그로인해 현재는 컨디션이 아주 무거운 상태. 게다가 엊그제엔 최악의 악몽을 꿔 소리를 지르며 깨기까지 했다. 꽤나 오랫동안 많은 부분에서 노력해왔고 그리고 성취해왔지만 도저히 수면만큼은 뜻대로 되질 않는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속없는 구절에 그래, 나도 한참 청춘이니 늘 불안하고 흔들리는 거겠거니 하고 넘어가야 하는걸까.
그동안의 내 개인연습의 궤도를 생각해보면 아마 늘기는 커녕 아주 오랫동안 멈춰있었고 외려 더 깎이진 않았나 하는 걱정까지 들 정도로 초라하다. 학부생이였던 8년전보다는 음악을 더 다양하고 넓게 듣고는 있지만 확실히 '집중'의 문제인지, 아니면 단순히 지친건지, 통 진전이 보이질 않는다. 그래도 몸만큼은 늘 준비가 되어있을 정도만큼의 긴장은 유지하자는 생각에 아주 최소한의 운동과 스트레칭은 빼놓지 않고 있는 야비함.
어렸을땐 정말 무식하게도 연습에 매달렸다. 몸이 지치면 자고, 먹고 그러다 조금 회복되면 다시 노래하고, 호흡하고, 뛰고를 반복했었다. 동료들은 집과 학교 연습실 그 두 장소 외에는 날 마주친 곳이 없을 정도. 물론 가끔 연애하느라 조금 다른길로 새기도 했지만 그것만 빼자면... 예전엔 내가 무엇을 어떻게 음악을 조련하고 생각해야 하는지 몰라 무작정 바위에 계란 던지듯 부딫혔다면 지금은 정상 표지판이 보이는 등산로를 착,착, 뛰어 올라가는 기분이랄까. 물론 중간에 쉬는 시간이 좀 길어지고있지만.
힘을 비축하는 중이다. 글과 음악, 내 삶의 발란스를 잘 맞추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다. 어떻게 보면 가장 outcome 이 없는 무기력한 상태이기도 하지만 벌려놓은 일들이 너무 많기에 기도하며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지금 그 어느때보다도 외롭다는 사실. 지금 컴퓨터 화면 왼쪽으로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센느강이 보이는 창문 밖으로 뛰쳐 나가고 싶은 충동마저 드는데, 막상 옷을 주섬주섬 입고 산책을 다녀오면 마음이 채워지는게 아니라 외려 더욱 공허해진다. 대체 뭘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그 어느때보다도 글을 많이 읽고, 음악을 많이 듣는, input 이 넘치는 과분한 요즘엔 시간이 내 맘대로 같아서가 아니어서인지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를 모르다는 쪽이 더 맞겠다. 되는게 하나도 없달까. 사람관계에 대해 징징대는 것도, 잠을 못자 깨질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쉬게되는 것도 결국 '내' 일이기에 그저 담대해져야 하거늘 그게 참 어렵다. 어떤 일에도 동요가 되질 않고, 진심이 우러나오다가도 국물에 물을 확 틀어 맹탕이 되는 느낌. 쓸데없이 감정낭비 하고 싶지 않아 급 싸늘해지기 일쑤다.
아픔을 야기하는 가사에 공감하고, 사랑을 노래하는 가사에 설레는 것처럼 순수하고 원초적인 귀와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 가질 수 있고도 없는 참 신기한 능력인 듯 하다. 지금은 그 어떤 노래를 들어도 새롭지 않다. 크게 울리는 베이스 가득한 공간에서도 그저 귀가 아프기만 할 뿐 신나지가 않고 흥미가 없어졌다. 이러한 정체기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솔직한 마음.
연습하자. 라는 마음을 다시 뜨겁게 달궈줄 그 무엇이 나에게 와주기를. 다시 굴러가기를. 푹 쉰 만큼, 내 몸과 마음이 다시 진실로 노래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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