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사람에게 받는 에너지란

한동안 어떠한 매너리즘에 빠져있었다. 내가 누굴 만나고 무엇을 보는지에 따라, 즉 나의 인풋 input 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폭풍우 같은 시기겠거니 싶었다. 이미 도안이 그러져 있는 종이위 보다는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도화지가 오히려 시작하기 어려운 법이다. 점점 나만의 세계에 빠지고 내부/외부적으로 점점 고립되어갈 때즈음, 참 고마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서로의 연결고리가 전혀 없을것 같은 참 신기한 그들, 이 글은 그들을 떠올리며 적는 이야기다.
그 매너리즘에서 나를 꺼내게 해준 한 사람의 한마디가 있다. 바로 음악이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이였다. 여러 강연에서 많은 학생들에게 수없이 던졌다는 그 질문이 나를 관통할때 나는 말문이 막혔고 아무리 생각해도 답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감을 잡을 수가 없어 조용히 앉아있었다. 내 삶속에 위치한 (개인적으로) 음악을 줄줄이 나열해야 하나, 아니면 철학적으로 생각해야 하나, 아 엄청 어렵네. 그러다 머리속을 스치고 간 생각. 아, 나는 음악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하고 있었구나. 그 자리에서 얼마나 많은 깨달음이 있었는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러한 단순한 질문들, 즉 생각의 연결고리들을 늘 생활속에서 놓지않고 성찰해야 하는 이유를 부끄럽게도 깨닫게 된 것이다.
이후로 질문의 꼬리들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삶을 영위하는 방법, 일을 대하는 자세, 기록의 중요성 등등 오랜 시간동안 나름 책을 많이 읽고 메모해왔지만 정작 내가 제대로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나의 태도부터 바꿨다. 나의 게으른 밑바닥, 편협한 생각의 한계는 알았지만 어떻게 그 밑바닥을 발판 삼아 올라오는 법에 대해서는 몰랐던 것이다. 인지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없었다고 보면 된다. 배움은 내가 몰랐던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기에, 부끄럽지만 고백하자면 정말 한없이 무지했었다.
숙제라고 볼 수 있는, 결국은 개인이 삶을 영위하며 고찰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 것들이 나에게 끊임없이 던져졌다. 당연한 건데 왜 몰라? 하고 지나칠수도 있었으나, 고마운 인연들은 나를 애정과 관심어린 시선으로 이끌어주었고 현재 또한 이어지고 있다. 내가 이러한 일들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지만.
덕분에 온전히 '나'를 위한, '내 삶' 가운데 그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내 자신을 위한 즉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들이기도 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실천! 저번주부터 수영을 시작했다. 등떠밀려 체력을 기르자는 취지로 끊게 된 10번 짜리 티켓을 손에 쥐고 몇년만에 수영모를 머리에 씌웠다. 일단 일상적인 루틴에서 탈피하는 것, 체력을 기르는 것. 이 두가지가 실현되는 시작점을 끊은 것이다. 머리속으로만 상상하던 일이 사람의 에너지로 시작되고 또한 그 에너지로 탈 없이 굴러가게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신과 육체적 힘을 기르는 것, 그리고 철저히 나의 장단점을 분석하는 것. 실제로 실천하는 것. 이 모든것이 하나인듯, 각자 다른 일인듯 분간하는 일은 그를 구분하는 능력에서부터 시작하는 듯 하다. 어렵지만 쉽기도 하고 오래걸리지만 순간 이루어지져 있는 것일 수도 있는 것.
내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하면, 의미있는-되돌아보았을때 후회없을 시간들을 살아내고 싶다. 누군들 안그러고 싶겠냐만은, 난 이미 유학을 선택함으로서 꽤나 오랜 시간을 낯선 환경에서 모든 사소한 것들과 부딪히는 피곤한 삶에 찌들어 있었기에 옳은 방향성을 잃은 자전거를 타고 무작정 달려온것만 같은 시간을 흘려보내왔다. 삶의 사소한 자극은 있었으나 연속성이 없었기에 단순한 도피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오랫동안 함께 한 연인과 헤어지며 마주한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굉장히 긴 시간동안 괴로운 날을 '견디며' 버티었다.
어떻게 버티었나. 한마디로 낯선 땅에 있다는 핑계로 한국에 발붙이고 있었으면 하지 못했을 일, 계속해서 지난날들을 떠올리는 일을 반복했다. 사람이 어떻게 망가지나 끝을 보겠다 싶었다. 오래 전 일을 곱씹으며 별일 아니였던 일 등을 자꾸 떠올리고, 떠나간 사람들의 뒷모습, 말 한마디, 날 스쳤던 손길들을 줄줄이 나열하며 정신분열에 시달릴 정도였다. 지난 일을 둘이 같이도 아니고 혼자 곱씹는것은 얼마나 괴로운 일이며, 얼마나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지 새삼 깨닫게 된 시기였달까. 다른 장소지만 같은 시간을 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현실에 덩그러니 홀로 남아 있다는 것. 나 혼자 거꾸로 역방향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들은 정말이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생략해보자면 삶은 이토록 복합적이다. 결국, 사람에게서 받는 에너지로 하루는 또 굴러가고 나 또한 상대방에게 어떠한 질양의 에너지를 주게된다. 내가 세상에, 그리고 더 나아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엔 좋은 기운이 더 크기를 바랄뿐, 그리고 하루하루 채워지는 에너지로 숨가쁘게 한 발자국 열심히 내밀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두게되면 작은 내 머리는 분명 터질테니. 그저 감사하며 살아야겠거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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