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심리상담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누구나 겪는 일
누구나 조금만 인터넷을 검색해보거나 책을 뒤지면 할 수 있는 자가진단. 수많은 문항과 체크리스트들에 체크표시를 하고나면 어느정도 윤곽이 잡혀진다. 게다가 평소 '나' 자신에게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내 상태가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되었는지, 어떠한 이유들로 지금까지 도달하게 되었는지 감이 올 것이다. 나는 왜 이 우울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나, 나는 왜 끊임없이 남들과 나를 비교하며 스스로 우울구덩이로 기어 들어가나, 나는 왜 이모양인가...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현실은 더욱 암울하고 갑갑하다.
누군들 우울감에 빠져보지 않았겠나 싶지만 막상 깊은 고독감, 슬픔, 우울감을 겪다 보면 회복의 수순을 밟기란 쉽지 않다. '회복' 또한 내 증상을 '인정'한 후에나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굉장히 오랫동안 무의식적으로 툭, 튀어나오던 트라우마와 공황장애, 그리고 자주 겪는 우울감 등에 대하여 자가진단을 내렸으나 '확진'을 받는 것이 두려워 병원을 찾지 않았다. 전문의를 찾고, 내 증상을 확인 받고 나면 내 자신과 내 병을 정면으로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정말 오랫동안 요리조리 피해왔던 결과로 내 자신은 망신창이가 되어있었다. 내 주변에게 까지 부정적인 영향이 미쳐있음을 느끼고 난 후에야 도움을 청하게 되었다. 평소 나의 상태를 눈여겨 보던 형에게 속내를 털어놨고, 이야기를 들은 형은 본인도 그런 경험이 있다며 다정히 다독거려 주었는데 정말 많은 위로가 되었다. 단순한 감정위로 뿐만이 아니라 현실적인 해결책까지 제시해 주었다. 내게 '30분의원' 을 소개해 준 것이다. 마침 한국행을 앞두고 있던 나는 바로 예약을 했고, 한국에 도착한 후로 가장 중요한 일 순위로 전해두고선 바로 다녀왔다. 쇠뿔도 단번에 빼란 말이 있지 않은가. 병을 더이상 쥐고있고 싶지 않았다.
상담 내용을 제외한 후기로, 다녀오고 나서 바로 기록해놓은 오랫동안 미뤄왔던 심리치료 에서 읽을 수 있다. 내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조심스레, 하지만 확고하게 추천해주고 있다. 심리상담이란 한 두번으로 끝날 일이 아니기에 한국에 갈때마다 최대한 세션을 많이 잡으려 노력한다. 상담은 제네럴 닥터인 정혜진님과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상태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식으로 진행 된다. 현재는 진단받은 약을 복용한지 4개월째, 확실히 약의 효과를 보고 있으며 상담때 나누었던 이야기에 마음이 확실히 치료됨을 느끼고 있다.
살아가면서 작고 큰 우울감에 시달리는 일은 흔하다. 나 또한 몇번의 상담만으로 오래 묵힌 트라우마가 뿌리뽑힌 것은 아니지만 치료의 시작은 '인정' 이라는 것 그리고 내 스스로의 상태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것. 이 두가지 만으로도 내 삶은 굉장히 편안해졌다고 말할 수 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도움 덕분이다. 우울의 구덩이에 빠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더 이상 두려워 하지말라고, 너의 외로움과 상실, 고독함은 다같이 느끼는 거라고. 이제 앞으로 나아가자고.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