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록] 지난 여름 한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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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 한쪽에 걸려있던 정지용 시인의 향수. 이상하게도 한국에 들어갈 즈음 되면 이 시가 특히도 그리워진다. 내가 태어난 다음 해에 아버지가 붓으로 쓰신 이 시는 가족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외치는 시같은 노랫말 또는 노랫말 같은 시가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듯…. 늘 무척 그리워하면서 혼자 노트에 생각나는 대로 적어놨다가 지난여름 집에 간 김에 사진을 찍어놓았다.

     아직 덥지 않은 6월 말경. 두시간 반 남짓한 강연을 듣고 경의선을 타고 집에 오던 길, 지하철 카드를 찍고 나오는데 출구 쪽만 바라보며 서 있는 누군가를 보았다. 누구를 기다리는 건지 모르지만, 왠지 마음이 설렌다. 누군가가 날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어디서든 언제든 기분 좋은 일. 기다리는 사람도, 가고 있는 사람도 그 사실 하나만으로 그 순간 행복하지 않을까?

     누굴 기다리게 만드는 건 미안한 일이지만, 나를 걱정하고 맞이해줄 사람이 나의 종착역에 기다리는 사실이 좋은 거다.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든, 공연을 늦게 마치고 마지막 차를 타고 오든, 언제나 그 끝엔 날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 두 팔 벌려 돌아올 나를 맞이해주던 그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음을.

     매번 오는 한국은 각종 병원 신세에 공연에 여러모로 시간과 체력이 드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시간이 될 때마다 돌아올 이유가 바로 날 기다리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것 때문. 너무나 소중한 친구들과 위로와 걱정들을 나누다 보면 다시금 힘이 생긴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아요, 하던 교수님 말씀을 새기고 살고있다.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