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일기] 홈레코딩을 방해하는 요소들
마지막 물통과 초콜렛 세알. 버리지 못한 쵸코하임 껍데기...유학생에게 과자란 사랑입니다.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를 결정한 가장 큰 두가지의 요소로는 하나는 난방이 잘 되는가 였고 하나는 화장실이 얼마나 잘 갖추어져 있나 였다. (이사를 한건 3월) 다행히 집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후끈한 공기가 훅 얼굴을 스쳤다. 일단 이 건물에 들어오면서 부터 복도에도 라디에이터를 켜놓은것이 일단 합격이였는데, 이 집에 들어오면 겨울을 따듯히 보낼수 있겠구나 싶었다. 두번째는 화장실인데, 조용하고 아늑하며 소리울림 없이 괜찮은 질의 녹음을 혼자 할 수 있어 보였다. 이사한지 5개월이 지난 지금, 장비와 이것저것 필요한것들을 갖추고 드디어 홈레코딩을 시도했다. 그러나...이 프로젝트를 방해하는 요소들이..
- 라디에이터 공사가 며칠간 잠잠하는가 싶더니 딱 오늘 녹음을 시작하려는 찰나, 다시 드르륵 거리며 공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한시간 내내 집안에 울려퍼짐.
- 평소 잘 먹던 총알잭 단자가 하필 오늘 고장났다. 일정 각도 이상으로 접전을 부러 해줘야 아웃풋이 먹힘.. 대체 왜요? 멀쩡이 잘 됐잖아요..
- 레코딩중 잡음이 잡혀서 나가서 창 밖을 보니 집 앞에 한 차가 주차를 해놓고 그 안에서 엄청난 볼륨으로 라디오를 틀어놓았다. 씬나는 힙합이 한 30분째 집안을 쿵 쿵 울린다. 참다가 결국 해결해야지 하고 내려갔는데 타이밍 좋게 그때 딱 차를 슥 빼고 도망간다. 아저씨 감사해요..
- 평소에는 가만히 있던 강아지가 녹음하려 마이크만 잡으면 일어나 걷는다. 잡으러 가니 같이 놀자는 줄 알고 심지어 신나서 뛰어다님. 챠박 챠박 소리가 참....듣기 좋당.
- 원래 레코딩을 하는 동안엔 잠을 절대 안자고 깨있는동안 몰아서 끝내는 편인데, 이번엔 이상하게 잠을 참을수 없었다.. 엉덩이만 붙이고 앉으면 잠이 왔다.
- 작업중에는 물과 차, 당 보충할 초콜렛 등 중간에 섭취해줘야 하는것들이 있는데 하필 레코딩날 딱 연료가 다 떨어져버림. 집에 물도 없고 쌀도 없고 뭐하나 먹을게 없다. 남아있는건 휴지와 강아지 사료뿐..
믹싱이나 마스터링도 아니고 (이 경우 물론 스피커로 모니터링을 해야하니 밤에는 못하지만) 녹음은 방문 닫고 들어가서 혼자 하면 이웃에게 큰 문제는 없을것이다. 문제는..프로그램 돌리랴, 음정 신경쓰랴, 아직 미완성인 곡 어레인지 하랴, 밖에 소음 들어갈까 노심초사.. 마이크 선을 몸에 칭칭 감고 이 모든걸 하려니 극도로 예민해진것.
부스에 혼자 딸랑 들어가 모든 어레인지를 밖에서 잡아주고 나는 노래만 하면 되던 편한 한국에서와 달리 (그때는 그것도 힘들다고 생각했건만..) 여러가지 상황을 조우하며 컨트롤 하려니 이번엔 꽤나 힘들었지만 사실 재미있었다. 다음 레코딩때는 시간을 좀더 단축할수 있는 (5시간을 목표로!) 나만의 스킬이 생겼으니.. 우여곡절끝에 레코딩은 일단락 됐고, 저녁까지 이어진 마스터링과 믹싱을 끝내고 평소엔 마시지 않는 맥주 한캔과 자축을 하고 잠에 들었다. 파리에서 만들어질 앞으로의 작업물들의 스타트를 끊었으니 이제 앞만 보고 달릴 예정. 아, 일단 장부터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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