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시작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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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식사로 (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물에 타는 로얄젤리를 따듯하게 데워 마시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아침저녁으로만 쌀쌀했던 기간을 지나 낮에도 0도를 웃돌 정도로 내려간 온도 때문. 길 위에서 볼 수 있는 출퇴근 하는 직장인들의 옷차림도 꽤 두꺼워진 편이다. 그들의 점퍼 안에는 어떤 옷이 숨겨져 있을까? 낮 4시면 벌써 저녁 11시처럼 어두워지는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계절 속에는 하늘이 맑은 날이 손에 꼽힐 테니, 앞으로 내 피드엔 밝은 날의 사진이 드물게 올라오겠지. 겨울의 파리는 밤이 낮보다 긴 만큼 사람들은 어둠에 차차 익숙해진다. 짧은 석양을 뒤로 어두워지는 하늘에 맞춰 발걸음도 빨라지고 길거리의 조명은 훨씬 일찍 켜지기 시작한다. 밤이 길어진다는 뜻은 그만큼 보고 싶은 사람을 더 자주 떠올려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아침마다 루틴으로 마셔주는 차, 꿀물 등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배고픔이 늘 날 움직이게 하는데, 그 배고픔을 채워줄 건강하고 든든한 흐셋을 아직 찾지 못했기에 곡물 시리얼 바, 우유, 적당한 설탕이 들어간 에너지 음료 등을 찾는다. 잠을 깊게 못 잔 만큼 부팅시간이 오래 걸리는 법이다. 잠자리에 들기 최소 1시간 전에는 하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안하고 깊은 수면을 위해 명상으로 뇌를 쉬어줘야 하는데 시간 분배에 실패한 저녁엔 미련이 많아지기 마련.


     잠들기 아쉬워서 킨들을 들었다 놨다, 악보를 고쳤다 썼다, 사진을 들여다보곤 한다. 새벽에 미국에 있는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다가 아직 안 자면 통화하자는 말에 전화를 받았다가 새벽 네 시까지 얘기가 이어졌는데… 그러다 잠자리에 들고, 7시에 알람이 울려 눈을 뜨지 못하고 한숨을 푹 쉬었다. 그냥 전화 받지 말고 일찍 잘걸. 그리고는 나지막이 해야 할 말을 뱉었다. “I Feel Great Today.” 이건 아침마다 내 뇌를 세뇌하는 방법이다. 잠을 잘 잤든 못 잤든, 오늘 일정이 길든 말든 하루를 나에게 기운을 줄 수 있는 긍정적인 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것.


    자기 전 문득 네 생각이 났다는 문자를 바다 넘어서 종종 받는다. 이건 단순히 시간의 차이가 줄 수 있는 선물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유로는 여기가 낮일 때, 한국은 밤이다. 여기가 밤일 때, 미국은 낮이다. 같은 세상이라도 시간은 다르다는 사실. 여기에서 오늘의 하루가 세상 반대편의 하루보다 7시간이 늦게 시작되는 것. 아, 이제 썸머타임이 해제되었으니 이젠 8시간이다. 모든것이 고요해진 밤 속에서 떠올려지는 한 사람이 된다는 것, 나를 지나쳐간 많은 인연속에 뿌린 씨앗의 수확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시간 속에 사는 한 사람을 떠올려주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이 그에게까지 닿는 것은 큰 선물인듯하다. 오늘, 한국에 있는 한 사람을 위해 몇 가지 물건을 사러 쇼핑을 다녀왔는데 그 분을 생각하며 이것저것 고르다 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 물건을 기다리고 있을, 그리고 기뻐할 그분을 위해 내 시간과 노력이 쓰일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거꾸로, 한국에서 나에게 소포를 보내주시는 많은 분도 비슷한 마음으로 나를 생각 해주었겠구나. 누군가를 위해 내가 사소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것,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많은 일에 사람의 마음이 쓰일 수 있고, 그중 가장 중요한 건 진심이라는 것. 내 진심을 전하고 싶어진다. 누군가에게 받는 것보다, 줄 수 있는 마음의 크기가 훨씬 더 기쁘고 사랑스러운 듯하다. 이 마음이 날 생각해주는 모든 사람에게 닿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