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기록] 익숙해질 수 없는 헤어짐

매일같이 얼굴을 보던 이가 떠났습니다. 바로 아파트를 관리해주시던 분입니다. 처음 이사를 왔던 재 작년부터 매일 따듯한 인삿말로, 환한 얼굴로 미소를 보여주시던 분입니다. 아파트에 이사온 동양인은 처음이였는지 몰상식한 한 주민이 음식 냄새가 난다며 항의를 했었는데 딱 잘라 그건 인종차별이라고 말해주시던 분이기도 했습니다. 이웃은 부끄러웠는지 후 그런 말은 쏙 들어간..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곤 하는데 복도로 냄새가 좀 빠졌었나 봅니다) 한국음식을 거의 해먹지 않는데도 말이죠. 뭐, 프랑스에서 이것쯤은 별일 아닌데 현명하게 대처해주시던 모습에 감사했습니다.
외에도 이래저래 고마운 일이 참 많았습니다. 택배를 받으면 굳이 다음날 전해주셔도 되는데 근무 시간 외에도 올라오셔서 전해주시고 늘 안부를 물어봐주시던, 이웃에 사는 엄마같은 분이였습니다. 보통 프랑스는 관리인이 아파트 1층에 상주합니다. 대부분 오전근무를 하죠. 아파트 청소, 메일함과 빌딩 관리 등 쉽지 않은 일을 매일같이 한번도 거르지 않고 합니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에 관리인은 아파트 주민들의 투표로 결정되기도 합니다.
매일 집을 나설때면 깨끗해져 있는 복도와 향기나는 로비를 마주할 수 있었고 마주치면 인사를 나누며 날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이 있구나 하며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인연도 언젠가는 끝이 있네요. 7월 말을 마지막으로, 프랑스를 떠나 포르투갈 (고향)으로 돌아가신다는 소식을 듣고는 참 많이 아쉬워했는데요. 마지막 근무를 마치실 때쯤 시간에 맞춰 집 근처 꽃집에 들렀습니다.



늘 따듯하게 사람들을 대해주셨던 태도를 배웠어요. 같은 자리에서 늘 성실히 내 몫을 하는 꾸준함을 배웠어요. 어찌보면 삭막할 수 있는 유학생활에 단비같았던 분이였습니다. 마지막 떠나시기 전, 환히 핀 장미를 안개꽃에 쌓여 큰 다발로 만들어 전해드렸습니다. 아이처럼 너무나 좋아하시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어요. 요샌 왜 이렇게 작은 일에도 눈물이 쉽게 울컥 나는지.. 꼭 안아주시는데 눈물을 참느라 힘들었습니다. 가시기 전, 포르투갈 집주소를 전해주고 가셨습니다. 편지 자주 보내라면서요. 전화번호도 적어주고 가셨는데, 학생이니 전화비 많이 나온다고 가끔만 하라 하셨구요 (끝까지 엄마같음 ㅜㅜ)
아주머니가 떠난 오늘, 하루종일 아파트는 텅 비어있는 듯 했습니다. 그 분만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인연은 늘 오고 가는 법이니까요. 너무 슬퍼하지 말아야겠죠. 이렇게 마음과 마음이 닿았던 인연은 가슴에 큰 구멍을 내곤 하네요. 다음주엔 잘 도착하셨냐고 편지를 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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