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마음이 채워지는 행위
일주일 전, 학생들과 나눈 대화다. 아이들에겐 참 순수하면서도 무한한,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존재한다. 본질적으론 단순하면서도 배우는 대로 보는 대로 무엇이 되었든 흡수해버리는 그들의 모습은 가까이에서 볼수록 신기한 부분이 많다. 수업이 끝나면 늘 우리가 하는 루틴으로, 선생님/학생 모두 집중하고 노력해서 일궈낸 짧지 않은 수업이 끝났으니 수고했어요-하는 의미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꼭 껴안아 주는 것이 있다. 그때마다 느껴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뜨거움이 깊은 곳에서 올라와 잔잔하게 내 일상을 데워 유지시켜주곤 한다. 이건 분명 아이들의 순수함에 내가 반한 것이리라.
또한, 이것은 포옹 hug의 힘과도 관련이 있다. 나는 포옹, 즉 육체적인 위로 그것이 가진 힘을 믿기 때문에 매번 빼놓지 않고 수업에 참여해준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대신해 진심을 다해 껴안아주곤 한다. 말은 만져지지 않는 것이지만 내 영혼이 듣는다. 말은 내 영혼 속에서 큰 파장이 일구고 포옹은 신체적 온도를 나눔으로서 가슴을 울린다. 사전적 의미로는 [포옹 抱擁] 사람을 또는 사람끼리 품에 껴안음, 영어로는 Hug /hʌɡ/verb: squeeze (someone) tightly in one's arms, typically to express affection. 가슴과 가슴을 맞대고 팔로서 몸을 끌어당겨 꼬옥 끌어안아주는 행위. 나는 이 행위가 참 좋다.
나는 아이들을 너무나 좋아한다. 그 아무도 내게 주지 못했던 배움을 받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비춰지는 내 행동을 성찰하기도 한다. 내가 그들에게 전달해줄 수 있는 자그마한 지식이라도 있다면 그를 야기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춰야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일 반성하는, 어찌보면 참 부족한 선생님인 셈이다. 참 보잘것 없는 나인데도 아이들은 날 참 좋아라 해준다. 수업중엔 꽤나 엄하고 어쩌다 숙제를 못해온 날에는 봐주고 넘어가지 않는 까다로운 샘인데도 매 주 만나는 그 시간을 기다려주고 만나면 꼭 껴안고 목에 그렁그렁 매달리기도 한다. 그렇게 애정을 퍼부어주는 고마운 학생들이니 내 개인 연습에, 학교에, 여러가지 일에 쌓여 숨 못쉴 정도로 바쁠때도 저녁에는 빠짐없이 오늘은 어땠니, 질문할것은 없니 하고 카톡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학생들이 내게 난다고 하는 향기는 어떤 향일까. 물론, 맡아지는 향이란 요새 쓰는 라즈베리 향 로션의 달콤한 향이 날 수도 있고 아니면 지하철과 버스에 하루종일 싣고 다닌 낯선 사람들의 향이 풍길 수도 있겠다. 어찌됐든, 작은 바램으로는 그들에게 나의 향기는 오랫동안 참 좋은 것으로 남기를. 그리고 그 향기를 간직하고 건강히 자라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숙제를 좀 해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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