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록] 커피 한잔과 발견한 오래된 메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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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는 며칠 째 먹구름을 수반한 흐린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구름 뒤에 숨은 햇님이 조금이라도 얼굴을 비추는 날에는 하던 일을 멈추고 나가 햇볕을 쐬곤 하는데, 그마저도 없는 이번주는 거의 초토화 상태.

    처음엔 쓰기만 해서 마시지 않던 에스프레소를 조금씩 접하면서 신맛, 단맛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오늘 친구들과 마신 에스프레소는 조금 심하게 탄맛이 났고 결국 끝까지 마시지 않고 내려놓았다. 인생 참 쓰다. 아니, 커피 참 쓰다.

    어떤 일을 하다 보면 사소한 장애물에 막혀 도저히 진전이 1도 안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어떤 일은 시작과 동시에 온갖 아이디어와 시간적, 물리적 타이밍이 동시에 딱 맞아 떨어져 물이 들어오듯 슬슬 풀릴때가 있다.

    이번 책 집필은 감사하게도 나에게 후자이다. 나 자신을 상기시켜주는 고마운 프로젝트. 짧은 수필이니 최소 100페이지에서 최대 250페이지를 생각하고 있는데 현재 만들어 놓은 목차를 죽 읽어보면 구성하는데 대충 200페이지 안팎이 될 듯 하다. 너무 짧아도 길어도 읽히기 않을테니. 억지로 구성에 끼워맞추는 테마적인 특성을 띄는 글을 그동안 많이 읽어왔기에, 내 글만큼은 힘을 빼고 쓰고있다. 벌써 너무나 많은 응원을 받아 어깨가 조금은(?) 무겁다.

    아주 오래된 메모를 발견했다. 클라우드에 저장된 메모가 하도 많아 그 기록의 시작은 어디인가 궁금해져 급 파헤쳐 보았는데, 아주 놀라운 내용의 메모가 하나 눈에 띄었다. 이 메모의 주인은 내가 아닌데. 이 메모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을 클릭해보니 상단엔 '초대됨' 이라고만 나온다. 전에 초대를 어떻게 수락하는지 모르겠다고 한 기억이 어렴풋이 스쳐지나갔는데 그러고 시간이 흘러간거겠거니.

주인에게 돌려주자.

     그 메모를 다시 그 주인과 공유하기를 눌렀다. 가끔은 아주 작은 일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법. 나에게 이 메모란 추억과 용기를 수반한 감정의 매개체인 셈이다.

용기로 시작하는 하루, 그리고 개강 주, 흐린 날씨.
오늘도 잘 살아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