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진심이 닿는 거리
타이밍과 인연
사람의 진심이 닿지 못하는 거리란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면, 세상에 있는 수 많은 인연들은 모두가 옆에 서로 꼭 붙어만 있다는 것인가. 혹 거리상의 이유로 이어지지 못할 인연이라면 그냥 그사람과의 타이밍이 안맞았던것이 아닐까. 피곤한 핑계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 사람이 가지 못할 지구상의 장소는 극히 드물고 깊은 산속 오지라도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든 연락을 취할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을 믿는 것에 대한, 그 형체 없는 신뢰가 점점 무너지고 있다. 남자든 여자든, 그냥 사람 모두를 뜻한다. 평생이라고 무방한 오랜 시간을 여기저기 여행을 하며 살아오는 삶 가운데 서있는 나는 이미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을 잃어온 케이스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거나 또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는 등등 여러 이유로.
직진, 또는 돌진으로 충분히 마음을 표현하고 유대감을 나눌 정도의 관계의 기준이란 무엇일까.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밀당의 관계에 지쳐가고 상처를 받는 내가 버거울 정도. '사랑해' 벽 앞에서 느꼈던 일말의 감정은 사진속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저 말이 대체 뭐라고 벽에 온갖 언어로 적어놓았을까.
이젠 대충 느낌을 안다고 자만했던, 사람과 사람 사이 생기는 연결 고리들의 형태. 그 굵기가 얼마나 튼튼한지 아니면 금방 끊어져 버릴 약한 것인지는 적지 않은 시간을 두고 한 발자국 떨어져서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또한 시작부터 쉽지 않은 것임을 또 배웠다. 정말 진심을 다하고 마음과 내 감정을 전부 바쳐야 하는 힘든 일이다.
사람에 대한 고찰
사람이 너무 좋고 사람이 너무 싫다. 사람이 너무 그립고 사람이 너무 진저리쳐진다. 하지만 사람이 고프고, 사람을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다. 비록 상처를 받았을지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겠지. 또 다른 이 세상 어딘가에 나를 알아봐줄, 또한 내가 알아봐줄 보물같은 사람들을 꾸준히 모색하고 부딫히고 배우고 있다.
이미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많기에 굳이 한명을 더 추가할 마음은 없다. 그 마음의 무게란 오로지 나만이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것이기에 정말 신중에 신중을 더해서 사람 한명 한명 까다롭게 골라 내 삶에 살짝 들이는 것이다. 들어와도 될까? 자꾸 노크하는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관문을 주고 옆에서 아이를 지켜보는 심정으로 조마조마하게 응원을 보낸다. 이걸 통과하고, 나의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기를.
나 또한 수많은 다른 사람들의 시험에 들고, 진심을 내비추고, 넘어진다. 모두가 서로를 탐색하고 모두가 서로를 찾는 끊이지 않는 사람 탐색전, 그 끝은 어디일까. 이루어지는 수많은 인연들의 붉은 실 속에 꽁꽁 매인 것처럼 원망하고 포기해봤자 루저가 될뿐인걸까.
아이들을 보면 복잡한 계산을 하는 어른들과 달리 순수하게 좋은건 좋다고 표현하고 진심으로 안아주는 면모에 깊은 편안함을 느낀다. 너희는 자라서 이런 어른들의 나쁜 게임에 휘말리지 않는, 상처받지 않는, 현명하고 강한 사람이 되기를.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 모두가 바라는 것이거든. 너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충분한 보상이 되는 일일거야.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