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샤의 정원> 가드닝은 기쁨의 샘

종종 지인들과 그런 이야기를 한다. 시골에 집을 짓고 정원을 가꾸며 조용히 지내고 싶다는 지나치게 이상적인 이야기. 그러한 꿈은 어렸을때 부모님과 함께 텃밭을 (함께라고 하기엔 난 지켜만 보던 아이였을 때지만) 가꾸면서 멀지감치 참 평화롭지만 부지런한 삶이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조용히 묻어 두었었다. 뉴욕, 서울, 파리,.. 등 세계 중심의 대도시만 골라 다니며 거주하는 삶을 살고 있는 나는 도시의 소음과 퍽퍽함에 사실 지쳤었다. 그래서 더욱이 에세이, 시를 찾곤 하는 요즘- 예전에 읽었던 정원을 가꾸는 동화작가 타샤 튜더 Tasha Tudor 가 떠올라 그녀의 정원에 관한 책을 집어 들었다.
타샤의 정원이 환상이라면, 그 모습은 과거에 뿌리내리고 있다. 그림에서는 종종 담대한 행보로 용기 있게 새로운 색깔을 도입하지만, 타샤는 기본적으로 매사에 복고적인 인물이다.
19세기 생활을 좋아해 골동품 옷을 입고, 손수 천을 짜서 옷을 만들며 30만 평이나 되는 단지에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며 살았던 그녀는 2008년에 별세하였지만 그녀가 남긴 수많은 아름다운 동화와 그림, 그리고 이야기들은 아직도 많은 이들의 가슴에 힐링으로 남아있다. 21세기에 이런 슬로우 라이프를 지향하는 속편한 책이라니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황홀한 정원 속에서 행복해하는 그녀의 모습은 얼마나 멋진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주식이니 학벌이니 경쟁이니 그런것들은 그녀의 정원엔 존재하지 않는 단어들일터.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호밀밭의 파수꾼 등을 번역한 영미 번역의 대가 공경희 님의 손길이 거친 타샤의 말들은 언제 읽어도 따듯함이 느껴진다. 몇번을 읽어도 참 멋진 문장이라는 생각이 드는, 글귀를 적어놓고 싶을 정도의 좋은 내용이 가득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평생 보지 못했던 많은 양의 꽃과 꽃의 이름을 만나게 되었다. 꽃과 자연, 나무와 동물. 그녀의 자연에 깊이 뿌리내린 삶이란 동경할만 하다.
타샤는 초지에서 붉은 토끼풀을 따서 차를 만들고, 월계수잎을 말려서 크리스마스에 친구들에게 보낸다. 제니 렌 편지지에 편지를 써보낼 때면 타샤는 언제나 로즈마리 한 대를 안에 끼운다("추억을 위해서"). 그래서 내가 우편함을 열면 향기가 퍼진다. 봉투를 뜯기도 전에 누가 편지를 보냈는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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