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산문의 길, 스타일> 글을 잘 쓰고 싶은 당신에게

- “스타일, 즉 문체는 단어라는 옷을 입은 인격, 발화 속에서 구현된 인품이다. 작가의 인격이 독자에게 거부감을 준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만약 독자들이 글쓴이를 싫어한다면 그들은 글쓴이가 말하는 내용도 싫어할 것이다. 인간의 본성이 원래 그렇다. 독자들이 글쓴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글쓴이가 공정한 내용을 말한다 해도 그걸 부정할 것이다. 그러므로 좋은 글을 쓰려면 글쓴이의 인격도 얼마간은 훌륭해야 한다. 저자는 저서를 집필하여 팔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를 고스란히 내어주는 셈이다.” -68-69쪽, F. L. LUCAS
그리스어, 라틴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7개 언어에 정통했던 언어학자 (곧 AI 로 인해 없어질 직업중 하나라는) 로, F. L. 루카스는 대학생때 읽어본 존 웨스터 전집으로 인해 내게 굉장히 어려운 작가중 하나였다. 하지만 오래된 도서관에 가면 구석에 아무도 읽지 않을 것 같이 먼지가 소복히 쌓여있던 전집이 이상하게 끌렸었다. 하나에 꽃히면 그것만 파는 경향이 있어선지 그 두껍고 복잡한 전집을 두달에 걸쳐 오기로 다 읽었다. 내내 컵라면을 먹으며 도서관에서 살다 시피 했던 웃지 못할 기억이 난다. 그 후로 영어 소설, 시나리오에 대한 애착이 조금 생긴건지..
그 후 2012년에 복간된 좋은 산문의 길 책을 번역가 이은경님이 번역한 버전과 The art of writing well 원버전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그 어느때보다도 좋은 글쓰기를 열망하는 지금, 오래된 진심이 담겨있는 낡은 편지의 문체를 읽고 가장 중요한 것은 글에 담겨있는 진심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물론 미켈란젤로의 말처럼, 가장 공을 들이면서도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듯 성급히 던져진 것처럼 보이는 경지의 글쓰기란 나에겐 당연히 무리지만 진심과 글솜씨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즐겁게 글을 쓸 수 있다는 현실에 감사하고 있다.
쓰기만큼이나 좋아하는 것은 읽기인데, 요새 활자를 읽는 것이 쉽지 않다. 책을 읽고 싶어 손에 놓지 못하면서도 막상 펼치면 1-2페이지를 겨우 읽고 이내 덮게 된다. 책이 술술 읽힐 때도, 지금처럼 읽히지 않아 괴로울 때도 분명 존재한다. 더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보고 있으면 마음이 시원해지는 생택쥐베리의 삽화를 그려보며 조금은 위안을 얻고 있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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