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일기] 42도의 폭염에서 살아남는 방법 - La France à chaud, Paris suffoque

파리 42도 실화입니까


 어머니의 전화, 그리고 아버지의 이메일. 파리 날씨를 보니까 42도까지 올라간댄다 얘. 더워서 어떡하니? 딸을 걱정하는 부모님의 말에 그저 웃으며 괜찮다고 하는 수 밖엔 없었던 이번 주 파리는 사실 괜찮지 않은, 심각한 열대야 였습니다.

 저녁 11시에도 34도를 웃돌고 주민들은 더위에 잠을 이루지 못해 모두 파리 플라쥬로 나오는 등 모두에게 힘든 며칠이였습니다. 파리시는 폭염주의보를 발령하고 도시 곳곳에 물 공급처를 임시 마련하고 저녁에도 상대적으로 시원한 공원을 연장 개방하는 등 여러 노력을 보였는데요. 다행인 뉴스는, 내일 아침 비가 올 예정으로 후는 20도 후반대로 기온이 떨어진다고 하네요. 겨울에 태어나서 그런지 더위를 유독 힘들어하는 제게 매 여름은 고난입니다.

 프랑스는 한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에어컨 설치 유무가 적은 편입니다. 에어컨이 없는 차는 물론 공공기관도 허다하죠. 올해 버스 차량과 노선이 개편되면서 에어컨이 잘 나오는 버스로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실제로 버스는 움직이는 불지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해서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대형 마트나 (Franprix, Monoprix etc) 영화관 정도인데요. 여름철마다 매상이 올라가는 이유가 괜히 있는게 아닌 듯 합니다.

 작년보단 올해가 더 덥고, 재작년보단 작년이 더 더웠습니다. 갈수록 더워지는 지구. 대책마련이 시급함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는 중이랍니다. 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몇번이고 냉수마찰로 몸을 식히고도 바로 도로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엔 속수무책 일수밖에 없죠. 해서 폭염주의보가 발령한 이번 한주를 버티게 한 몇가지 방법들을 정리해봅니다.


01. 플라쥬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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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을 나왔다면 당신의 온 몸은 이미 땀이 흥건할 터! 그렇다면 도시 중심 센느 근처의 플라쥬를 찾아보자. 시원한 물을 뿌려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고, 시간대만 잘 맞춘다면 그늘이 진 한 켠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물론 집에 갈때 축축함은 혼자의 몫...



02. 아이스크림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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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스크림 가게 알바와 친해질 수 있는 계절. 시원하고 달달한 아이스크림은 더위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설탕+버터 덩어리. 말에 모순이 있는 것 같지만 기분탓! 요새 yogurt factory 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적립금을 보면 왠지 부자가 되는 기분이 듬(?)



03. 물은 미리미리 채워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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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를 마셔도 되지만, 아무래도 얼려놓거나 냉장보관 된 시원한 물 한잔이 갈증 해소엔 최고다. 물이 떨어지기 전에 미리미리 사놓을 것! 저번주에 폭염을 대비해 물과 우유 등을 구비해놓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사두었다. 별명이 하마일 정도로 물을 자주 마시는데, 여름만큼은 시원한 물 만한게 없다. 얼려놓고 꼭 끌어안고 자는 것도 긴 밤을 버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


04.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집나간 입맛 돌려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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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칫하면 몸무게가 반토막 날 수도 있는 여름이기에 건강 관리에 특히 신경을 쓴다. 시원하고 영양 만점인 음식이 뭐가 없을까, (이열치열은 가끔 훠궈로 해주는 편!) 고민하다가 만들어진 몇가지 메뉴들 중 가장 합격점인 토마토&고추장 냉국수. 언뜻 보기엔 무슨 조합인가 싶을 수 있으나 새콤달콤하고 맵고 시원한 최고의 레시피. 한국에선 더울땐 맵고 뜨거운 떡볶이를 먹고 후엔 빙수집을 찾아가 인절미빙수로 더위를 달랬으나, 이가 없으면 잇몸이다. 프랑스에선 참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게 된다. 슬슬 떡볶이가 땡길 때도 됐는데 불앞에 앉아서 육수를 우려내자니 힘들어서 못먹고 있다... 무조건 건강이 최고니, 이번 여름도 건강하고 즐겁게 나는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