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송이야기] #4 나를 떠나지 마오, Ne Me Quitte Pas

    Ne me quitte pas (If you leave me) 나를 떠나지 말아요. 제목부터 슬픔을 자극하는 이 노래는 모던 프랑스 샹송의 대가라고 불리는 Jacques Brel 의 시그니처 곡으로 프랑스 국민이 선호하는 곡 10위 안에 뽑힌 곡이다. 1955년에 작곡된 이 노래는 Brel 과 그의 아내 Suzanne의 가슴 아픈 이별 이야기다. 그녀는 세 자녀와 함께 그를 떠나버렸는데, 카바레에서부터 무대에 서기 시작한 그는 그녀에 대한 아픔을 음악으로 승화하며 쓴 이 곡으로 점차 명성을 얻게 되었다. 떠나가려는 여인을 붙잡으려는 내용과 함께 그의 절절한 목소리가 더해진 음악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며 지금까지도 가장 슬픈 발라드로 단연 손꼽히고 있으며 후 미국 시인인 Rod Meckuan 이 영어 가사를 붙이게 되면서 팝송으로도 전 세계인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날 버리지 마오, 날 버리지 마오…이제 더는 울고 싶지 않아요. 당신의 그림자의 그늘이 되게 해주오.”





    파리지앵은 그리운 옛 연인 한 명쯤은 늘 가슴에 품고 산다는 말이 있다.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일까, 예전에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는데 어느새 나 또한 마음 한켠에 그리운 사람 한 명을 간직하며 살고 있다. 너무나 보고 싶은 마음에 하루에도 수백 번 수천 번 달려가는 상상을 하지만, 파리라는 도시엔 한번 닻을 내리면 더는 움직일 수 없는 이상한 힘이 있다.


    오스만 빌딩으로 둘러싸인 예쁜 길거리를 걸으면서, 반짝이는 센느강 위를 건너면서도 잊혀지지 않는 마음속 한구석에 조용히 자기 방을 차지하고 있는 한 사람, 그 사람을 늘 추억하며 사는 것이다. 파리의 수많은 연인은 어떻게 이 그리움을 참고 사는 것일까?

    서로가 세상의 전부였던 주인공 둘의 이야기는 Jacques Brel 의 그의 아내를 향한 애절한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 누구나 마음 어딘가에 품고 사는 그 한 사람, 이제는 그 마음을 치우고 보내주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계속 그 자리에서 모든 추억을 끌어안고 있도록 놔두어야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나에게 전해주었던 그 사랑의 깊이를 잊지 않고 더 나은 사람으로 현재를 살아낼 수 있게 해주는 그 고마운 사람은 내 마음에서 꺼내 떠나보낸다 해도 잊혀지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

    살다보면 어느 한 장소에서 문득 그가 떠오를 때가 있다. 지금의 내가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나를 지켜준 한 사람은 특정 노래를 듣거나 특정 물건을 볼때도 여김없이 떠오른다. 그런데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소중한 추억들은 지금 나를 살게 해주는 고마운 자양분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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