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딜레마 ⟪ 사랑할까, 먹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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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포스팅 잡식가족의 딜레마 영화에 관한 글을 쓴지 4개월이 지났다. 영화는 훨씬 전에 관람했지만, 후로 황윤 감독에 대해 큰 관심이 생긴 터라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던 중에, 페이스북 페이지에 드디어 취재기, 관찰기 등 연구하고 발로 뛰어 만든 필름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책을 발간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구매하여 읽어보았다.

(2018.12.17. 글 업데이트) 드디어 책이 나왔어요. 영화가 잡식가족이 돼지가족을 만났을 때 일어나는 딜레마에 관한 이야기라면, '사랑할까, 먹을까'의 딜레마를 풀기 위해 수년간 고민하고 답을 찾아간 과정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발로 뛰며 취재한 것들, 축산 노동자들 이야기 등 다른데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이야기들도 담겨 있습니다. 많은 문제들이 먹는 것에서 기인하고 그 해결책도 먹는 것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오늘 저녁 무엇을 먹을 것인지 고민이 되는 분들에게, 그리고 우리 사회가 처한 딜레마를 푸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썼습니다. -황윤 감독

    단순히 감정에만 호소하는 전지적 동물 애호가의 시점으로만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무엇이 잘못되었고 무엇이 잘못되어 가고 있는지, 단순히 죄의식을 넘어선- 무엇이 정의를 말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이야기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본인을 건강하게 나이들고 싶은 여성으로서,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평범한 엄마로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서, 8년간 끈질기게 탐구해온 음식과 인간, 비인간 동물의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설명한다. 이 한 문장이 날카롭게 그리고 서서히 내 안으로 스며들었기에 책을 집는 순간 앉은 자리에서 모두 읽어야 했다.

    세상엔 어떤 사람들이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던히 두 발 딛고 서있는 곳을 우리에게, 그리고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려 노력하는 사람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 정의실현을 평생의 과제로 사명처럼 받들어 발로 뛰는 사람들. 단순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한 이 책은 모두에게 '채식주의자'가 되라고 강요하는 글이 아니다. 우리가 어쩌면 너무나 무지하고 있을, 그리고 너무나 편협한 시각으로 등돌리고 있는 그 모든 생명들의 죽음과 방관에 미약하게나마 눈을 뜨게 해주는 책이다.

"전엔 치킨 좋아했어요?"
"치킨에 맥주, 정말 좋아했죠. 하지만 이런 걸 알고 나니 먹을 맛이 똑 떨어지는 거죠."
"사람들이 이 현장을 보면 어떻게 될까요?
"혼란스럽겠죠. 과연 내가 닭을 먹어도 되나 하는 불편함을 느끼겠죠. 어떤 사람은 생각하기 싫다고 거부할 거고, 어떤 사람은 이런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뭔가 실천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할 거고. 불편해지는 거에요, 일상이. 저도 매우 불편해요. 이 시스템을 바꾸고 싶어요. 평생의 과제죠." -사랑할까, 먹을까 중

    예전에 가르치던 한 아이가 수업 도중 나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샘, 샘은 동물원 좋아해요?" 뭔 뜬금없는 소린가 싶었지만 바로 대답했다. "아니, 동물원 이젠 안좋아해. 간지도 꽤 됐어. 왜?" 그랬더니 적다 만 노트를 보면서 아이가 조곤조곤 하던 말. "며칠전에 유튜브 동영상에 나오는 돼지를 봤는데 생각해보니까 동물원엔 없어서요. 돼지는 우리가 먹어서 그런거에요?" 말문이 막혔다. "그럼 돼지들은 어디 살아요?" 그리고 정적. 그렇다. 돼지는 어디살까?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삼겹살, 족발, 돈가스... 이것들은 다 어디서 오는걸까? 란 질문을 갖게 되었다. 학생의 한 질문으로 인해 난 황윤 감독의 영화를 비슷한 감정몰입으로 시청할 수 있었고, 비록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동물을 공장 대량 생산 하는 비인간 적인 현실, 그리고 끊임없이 그걸 소비하는 인간들의 악순환에 대한 경각심은 확실히 생겼다.

    딜레마. 이 영화와 책에서 감독이 말하고 싶은 이 딜레마는 살면서 수도 없이 마주치고 느끼는 단어이다. 관료주의, 가부장제, 자본주의... 이 모든것들을 적당히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의 딜레마에 대해서 고찰하게 만들어준 고마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