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당신과 문장 사이를 여행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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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사랑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지. 이것이 내 삶의 끝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살아 있음을 강하게 느낀다. 내게 주어진 시간에 우정을 더욱 깊게 하고, 사랑하는 이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글을 더 많이 쓰고, 힘닿는 대로 여행도 하고, 새로운 수준의 이해와 통찰을 성취하련다.



 시인, 여행작가, 생의 탐색가, 길의 몽사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작가 최갑수는 이번 생이 약간은 다행스럽고 행복하다고 여기는 사람으로, '여행이란 뭐죠?' 란 대답에 '위로 아닐까요' 라고 답한다 했다. 그가 쓴 여행 에세이들은 모두 위로에 관한 이야기라는 작가의 말에 책을 집어 들었다.

 생과 사랑과 여행에 관한 문장들, 이란 프롤로그로 시작하는 이 책. 어차피 생은 사랑과 여행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니, 이 문장들이 당신의 마음을 당신의 사랑을 우리의 생을 조금씩 회복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그 따듯한 의도에 이미 녹아버렸다.

 한장 한장 넘길때 마다 발길이 닿았던 곳들의 장면과 닿았던 생각들이 진하게 녹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수많은 여행에세이 책중 하나라고, 특별할 것 없을거라고 그냥 지나쳤다면 난 다시금 이 책을 집어들어 당신께 권하고 싶다. 여행에 대한 대리만족이든 어떤 것이든 간에, 분명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위로가 있을테니.

커피는 식어가고 봄날은 간다. 우리는 늙어가고 여행은 점점 힘들어진다.

자판을 꾹꾹 눌러 문장을 만든다. 이제는 알고 있으니까. 어느날 문득 자신의 인생이 바뀌는 순간 따위는 오지 않는다는 것을. 회사원에서 프로레슬러로 인생의 방향이 바뀌는 그런 순간은 결코 없다는 것을. 그러니까 반성하자. 비관하지 말고. 오늘은 반성하기 좋은 날씨고 이곳은 반성하기 좋은 위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