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내서 쓰는 공항 에세이
여행으로, 비즈니스로, 또는 유학, 이민 다양한 목적으로 공항을 찾는 사람들.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비행기가 이륙하기 까지의 경험은 참으로 특별하다. 매번 가는 공항이지만 플랫폼도 다르고 시간마다 업데이트 되는 알림판도 확인해야 하며 매 시즌 규정이 바뀌기도 하니 미리 잘 준비하고 가지 않으면 당황스런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이번엔 신설된 인천 제2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을 타게되어 처음 가보았는데 확실히 1공항 보다 깔끔하고 동선도 편리해진 부분이 눈에 많이 띄였다. 매번 가장 긴 줄을 서야하는 소지품 검사(체크인) 하는 곳도 섹션대로 잘 나눠져 있어 빠르고 수월하게 끝났고 출국심사 하는곳도 짧은 줄로 탑승객들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동선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기분은 뭘까. 한국에 올때마다 몸과 마음이 동시에 몇년씩 폭삭 늙는것만 같다. 이제는 이별과 새로운 만남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난 사소한것에 불안하고 흔들리며 흘러가는 시간이 두렵다. 잡아두고만 싶다. 떠나고 싶지 않다. 한곳에 머물며 안정된 삶을 살고 싶다. 복잡한 마음들이 슬쩍 올라온다.
사실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도 수십번 생각하는 일이다. 지금이라도 티켓을 취소할까? 아니야, 가서 할일들이 많음에 감사해야 한다. 앞만 보고 가자. 나 자신에게 몇번이고 다짐을 해야하는데, 설렘과 불안함이 교차하는 내 머리속은 이미 아수라장이다.
어디를 가든 늘 상반된 감정(conflicted emotion)이 들곤 한다. 계절마다 유럽을 횡단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시차에, 소지품 챙기기에, 컨디션 관리에.. 비행기를 타면서 나만의 루틴이 생겼지만 이 또한 그리 달갑지는 않다. 그만큼 익숙해졌다는 뜻일까.
공항은 없던 용기를 훅 불어넣어주기도 하는 곳이다. 이제 떠날거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이 불현듯 생기기도 하고 곧 몇천피트가 되는 상공 위로 떠오르는 비행을 앞두고 있어선지 대담해지기도 한다.
건강하기를, 그리고 행복하기를. 비록 옆에 있어줄 순 없지만 남겨둔 추억의 힘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다시 돌아올 그 날까지 잘 지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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