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반짝이는 시간은 있다
머릿속에 남아있는 한 영화같은 장면이 있다. 대학교 학부생때 알던 굉장히 차갑고 날카로운 선배가 있었다. 어느 날, 그 선배가 아픈 이별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고 멀리서 앉아있는 선배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선배는 그 자리에서 헤어진 그녀의 사진을 휴대폰으로 보고 있었는데, 화면을 뚫어져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미동도 없이.
그 뒷모습과 시선에서 미련이 뚝 뚝 떨어졌다. 마치 그 공간과 시간엔 선배만 존재하는 듯, 그를 둘러싼 공기와 분위기는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 평소 내가 알던 선배의 이미지와는 단연코 다른 모습이였기에 그 뒷모습을 몇발자국 떨어져 가만히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떠올리곤 하는 이 영화같은 장면에 그때 선배 마음은 어땠을까 상상을 하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 선배의 마음을 이해가 된다. 참 미련스런 짓이지만, 난 지난 사람들의 사진을 하루에도 몇번이나 꺼내본다. 아직도 기억에 선명한 그 사람들의 머리카락, 손가락, 감촉 등을 떠올리며 그들을 그리워 하는 것이다. 그때 그 선배의 떨리던 어깨와 떨리는 마음에 겹쳐 포개진다.
안그런 척 하지만 모두가 서로가 가지고 있는 외로움을 드러내지 않으려 얼굴에 가면을 쓰고 몸을 가린다. 그 어렵고 복잡한 사람관계 속에서 가장 순수하게 나를 알아봐주는 누군에게 결국 문이 열리는 것이 아닐까. 그런 고마운 누군가에게 내 모든걸 기꺼이 내놓게 되는 것.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인연과는 헤어져야 하는 상황이 온다. 아니, 올 수도 있다. 사진 한장에 미처 건네지 못한 많은 말들을 묻고있던 그 선배의 가녀린 뒷모습에 이제서야 공감이 간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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