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에라 연애 대작전 ⟫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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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AARON EPSTEIN/NETFLIX

     ⟪Sierra Burgess is a big loser⟫ 영화는 이안 린지 비어 각본가와 사뮤엘 감독의 작품으로, 연극 Cyrano de Bergerac 을 모던하게 재구현한 현버전(?)쯤의 각색본으로 똑똑하지만 평범한 외모와 통통한 몸매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여고생 시에라 (샤논 퍼서)가 자신을 학교의 퀸카인 다른 학생으로 오해한 남학생을 짝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순전히 샤논 퍼서 (기묘한 이야기를 봤다면 알 비극의 운명 바바라) 때문에 본 영화지만 덕분에 에드몬드 호스탕의 여러 픽션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프랑스 시인이자 극작가는 뮤지컬 코미디, 나폴레옹 이야기 등으로 유명하다. 그중 Cyrano de Bergerac 을 쓴 극작가로 가장 알려져있는데, 그 시절에도 외모는 예쁘고 봐야 한다 라는 사상이 반영되어 있음을 볼수 있었다.

    이 영화는 사람들의 흔히 정하는 '미'의 기준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해준다. 주인공 시에라의 (후반부의 질투를 빼고 얘기하자면) 아름다운 마음과 매력적인 위트, 똑똑함 등의 수많은 장점은 그녀의 몸매와 외모에 가려져있다. 요즘은 누구나 상대방을 쉽게 얼평 (얼굴을 평가) 몸평 (몸매 평가)하는 시대란걸 가끔 까먹곤 하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며칠전 읽었던 기사에서 -10대들이 서로 사진을 주고받으며 얼평을 한다는 내용- 느꼈던 참담함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왔다. What's beautiful in the inside is also beautiful outside. 마음이 아름다워야 외모도 빛이 날수 있다는 말은 더이상 아무런 힘이 없는 것일까.

    이 영화의 배경으로 미국의 10대들 사이에서 외모와 몸매가 얼마나 그들 리그에서의 권력을 잡을수 있는 무기인지를 생생히 볼 수 있다. 더불어 영화 내내 샤논 퍼셔의 예쁜 미소와 재치있는 연기력에 사로잡히는 경험은 너무나 짜릿했을 정도. 결국 세상에서 외모가 '주' 는 될수 있지만 '전부'는 절대 될수 없다는 담담한 메세지를 보여준다. 난 여기서 한국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에겐 외모가 지나친 권력을 쥐고 있는 사회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사회 이슈들 속엔 서로를 진정한 이웃임을 망각하고 저지르는 무차별적인 폭력적인 수많은 차별들이 난무한다. 생김새가 어떻든, 키가 작든 크든, 장애가 있든 없든 어쨌든 모두가 사랑받아야 할 존재임을 잊어가는 곳이 되는것 같이 느껴진다.

    내 시선이 곧 내 마음이라는 말이 여기서 또 쓰이는데, 우리는 나와 다른 생김새와 피부색 또는 체형을 갖고 있으면 여김없이 시선을 멈춘다. 그 시선 끝의 존재를 향한 명백한 차별이다. 많은 작가들의 글에서처럼, 한번 느낀 차별의 상처는 내 속에 깊이 침투하여 지워지지 않는다. 차별도 '경험의 일부'이며, 이 경험을 한번이라도 당해본 사람은 피부에 그 차별의 결이 새겨지는 것. 그래서 차별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결을 제대로 가늠할 수 없다. 한국에 살았을 어렸을적 그 경험을 해보지 못했던 나도 당시엔 다른 어떤이에게 차별을 남발 했을지 모르는 일이다. 영화는 나에게 세상엔 많은 사람들이 각기 다른 생김새와 피부색과 체형을 가지고 다르게 태어나는데, 이 속에서 대체 어떤 기준이 절대적인 '아름다운'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물음을 던져주었다. 영화속, 겨우 지켜오던 시에라의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졌을때 그녀는 그녀의 숨겨왔던 마음을 표현하는 작곡을 하게 된다. 그녀가 후 아버지 앞에서 피아노를 치며 담담히 노래하는 이 노랫말에 빙의되어 한동안 이 영화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Shannon Purser(Sierra Burgess)의 곡 Sunflower. 영화속 스트립 다운된 어쿠스틱 버전이 훨씬 듣기엔 편하지만 현재 저작권이 있는 형태로 유투브에 올라와있는 영상은 넷플릭스의 신디사이저버전 lyric video 뿐이다. 오리지널 모션픽쳐 사운드트랙으로는 아이튠즈에서 들을수 있다.

Sunflower
해바라기

Rose goes in glass vases
Perfect bodies, perfect faces
유리병 속 장미 한 송이
완벽한 몸매와 얼굴

They all belong in magazines
Those girls the boys are chasing
잡지에서나 보는 이미지
남자들이 쫓아다니는 저 여자들

Winning all the games they're playing
They're always in a different league
항상 모든 게임에서 이기지
아예 다른 리그에서 놀아

Stretching toward the sky like I don't care
Wishing you could see me standing there
난 상관없는 듯 하늘을 향해 두팔을 뻗네
여기 서있는 날 봐주길 바라면서

But I'm a sunflower, a little funny
If I were a rose, maybe you'd want me
난 해바라기야 웃기지만
내가 장미였다면 넌 날 원했을까

If I could, I'd change overnight
And turn into something you'd like
내가 하루 만에 바뀐다면
네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바뀐다면

But I'm a sunflower, a little funny
If I were a rose, maybe you'd pick me
난 해바라기야 웃기지만
내가 장미였다면 넌 날 선택했을까

This sunflower's waiting for you, waiting for you
이 해바라기는 널 기다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