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일지] 장사익 - 소리판 ‘자화상 七' 공연소식

    오는 11월, (하필 탄생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 대공연장에서 장사익소리판 ‘자화상칠(七)’을 공연이 열리네요. 공연 기사를 봤을 때 이보다 더 좋을 생일 선물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생일날에 맞춰 예매를 할까 했습니다 ㅎㅎ 일정때문에 어려울것 같지만요. 사실 지금도, 오픈 날 공연장에 앉아있는 상상을 하며 노래를 듣고 있습니다.

    2014년 [꽃인 듯 눈물인 듯]까지 8장의 정규앨범을 통해 그는 여러 장르를 오가며 야기하는 독보적인 존재입니다. 국악, 재즈, 전통가요, 동시에 그 모든 요소를 지닌 유일한 한국의 소리꾼이라고 칭해지고 있지요. 몇 년 전 성대 수술을 고려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부터 걱정이 되어 팬카에게 들락거리며 근황을 살폈는데, 다행히 물리치료를 병행하면서 일단락 회복하신 거로 보입니다. 6월 KBS TV [가요무대] 브라질 상파울루 녹화가 오랜 시간 후 소리를 다시 찾는 무대였고 "일부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다시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도 느낀다” 라고 이야기 하신 걸로 보아 올해 곧 열릴 예정인 공연 준비도 문제없이 박차를 가하고 계신 듯합니다.


    이번 공연은 2016년 ‘꽃인 듯 눈물인 듯’ 이후 2년 만의 공연이에요. 올가을 발매 예정인 9집 음반에 수록된 곡들로 공연을 꾸민다고 하니, 1집 때부터 그분의 노래를 들어온 분들에겐 패키지 선물 같은 감동을 선사하는 공연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우리들 인생의 시간과 비슷한 야구경기는 9회전을 치른다. 어느덧 저는 반전을 향하고 있다. 매회 최선을 다해 경기를 해야 될 것 같다. 기력도 감각도 느슨해진 지금 힘 빼고 자연스런 모습으로 노래를 한다” -인터뷰중, 장사익

    관객과의 호흡을 중시하며 라이브만을 고집해왔던 장사익 님의 무대의 에너지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딱 한 곡 부르고 내려가셨는데, 바로 찔레꽃입니다. 부모님과 아주 오래전 한국 여기저기를 다니며 페스티벌 속 음악회를 찾아다니던 때, 이 노래를 라이브로 듣고 나선 장사익 님의 앨범 수록곡을 찾아 돌아오는 차에서 내내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 노래 속 찔레꽃이 어디서 피는지 궁금해져서 찾아보곤 했었는데 사실 꽃을 잘 알지 못해 구별함에 익숙하지 않은 저는 찾기가 어려웠어요. 영어로는 Rosa multiflora?or Rosa polyantha, Eijitsu rose 이라고도 합니다. 장미 과에 속하는 관목 꽃인데 꽃잎은 식용으로, 열매는 약용(불면증, 건망증)으로도 쓰인다고 하네요.

찔레꽃.jpg

“가사가 노래에 긴 생명력을 주지요. ‘찔레꽃’은 제가 밑바닥 생활을 할 때 길가에 핀 찔레꽃을 우연히 발견하고 지은 노래지유.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 놓아 울었지.’ 가난하고 소외받은 나 같은 존재들을 위해 쓴 가사지유. 나도 시를 쓰고 싶지만 공부가 짧아 다른 시인들의 시어를 빌려다 내 노래로 만듭니다.”

    1집 <하늘 가는 길>의 찔레꽃 부터, 4집 <꿈꾸는 세상>의 아버지, 6집 <꽃구경>의 돌아가는 삼각지, 8집 <꽃인 듯 눈물인 듯>의 상처, 허허바다 등 담긴 곡들을 쭉 들어보면 노래로 인생을 이야기한다는 그의 철학이 보이는 것 같아요. 아버지와 음악 얘기를 나눌 때 자주 하는 얘기인데, 젊으셨을 때부터 모았던 수많은 LP 판, CD 들이 여러 해외를 전전하며 여기저기 나눠주고 버리고 하여 지금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중 가장 버릴 수 없어 귀중히 아끼고 들고 다녔던 컬렉션 중 하나가 장사익 님의 앨범이라네요. 지금도 한국 집에 가면 늘상 앨범을 듣고, 처음으로 장사익 님의 라이브를 들었던 때의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가족과 나누는 회상은 아름다웠든, 슬펐든 그 시절을 함께 떠올리게 해주며 큰 힘을 주는것 같아요.

“요즘 사람들은 뭐든지 한마디로 규정하고 고정화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구분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인데, 과연 그게 타당한 일인가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선생도 별별 퍼포먼스를 다 했잖습니까? 저는 박자를 무시하는 편입니다. 어떤 땐 박자가 아예 없지요. (노래 부르며) 하야~안 꽃, 찔레~꼬~옻~. 박수를 칠 구멍도 없지유. 판소리 ‘아니리’(공연자가 장단이 없이 말로 연기하는 것)에 해당하는 노래도 있습니다. ‘어머니 지금 뭐 허신대유/ 아, 솔잎은 뿌려서 뭐 허신대유’(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꽃구경’의 일부분)가 그렇지요. 저는 대중음악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고 자부합니다. 국악과 민요를 차용하고, 연극적인 요소도 넣어 가요의 평면성을 넘어섰지요. 대중가요는 우리네 민요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담은 건데, 그걸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 것이지요.”

    ‘한국의 소리’ ‘국악’ 등, 그분의 창법은 우리가 익숙히 알던 한국 전통의 소리와 닮아 있지만, 진정 그를 그로 만드는 것은 마음대로 박자를 가지고 노를 프리재즈 스타일이라는 말에 백번 동감하게 됩니다. 재즈의 자유롭고 즉흥적이며, 무대위에서 연주자들과 어우러지며 관객에게 닿는 넘치는 에너지가 재즈와 가장 닮아 있다고 생각이 드네요. 오랫동안 장사익 님의 인생이 녹아있는 노래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