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3/4 로 흘러가는 하루
노란 리본과 함께 수많은 이야기가 묻히고 드러나던 지난 5년. 제겐 가깝기도 멀기도, 아프고 저리던 세월호를 추모하던 시간입니다. 모두에게 다르게 기억되던 배가 가라앉던 그 순간의 보도-각종 미디어속 뉴스가 다시금 회자가 되면서 그때의 아픔으로부터 아직 그 누구도 조금도 회복되지 않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한참 작은 제 자신은 그 일을 어떤 식으로든 정의를 내리기 힘이 듭니다. 국가의 일이기도, 이웃의 일이기도 모두의 일이기도 하니까요.
국보 재난은 언제든 망연자실하게 되는 것 같아요. 파리 시각으로 어제 저녁 7시경 일어났던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로 인해 놀랐던 마음이 밤새 추스려지지 않고, 계속해서 보도되는 뉴스를 눈과 훑고 귀을 기울였습니다. 첨탑과 지붕의 2/3이 사라진, 약 8시간만에 진압된 이 사태를 어찌할 것인가. 대국민 담화만을 기다리고 있던 모두가 주목하던 상황이였기에 시민과 정부 모두 더욱 착잡한듯 보입니다. 이 후 재단이 설립되고 모두 건물을 복원하는데 앞다투어 돈을 내놓고 있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지는건 어쩔수 없네요.
언제나 그렇듯 연습하고 글을 쓰고 일하며 정신없이 지나가는 날들 중 이상하게 정신이 끌어내려지던 며칠간, 몸의 컨디션이 최악일 정도로 정체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언뜻 달력을 보니 어느새 세월호 5주기 였어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며 머리속에 마구 엉켜있는 생각들을 정리하기에 바빠 실제 일으키는데는 많은 힘이 들어가지 않았죠. 마음이 무거웠어요. 고마운 친구들 덕분에 겨우 파리 근교와 몇군데에 바람을 쐬러 나가기는 했습니다.
가만히 서있어도 점프를 하듯 몸이 휘청거리고 무엇으로든 마음이 채워지지 않던 한주가 겨우 지나가고 어느덧 4월 중순이 되었네요. 그동안의 기록을 찬찬히 읽어보면서 내가 이런 생각들을 했다니 놀라워 하면서요. 작가들은 이래서 글로 무엇이든 남기는걸까. 내 책은 먼 훗날 나에게로 읽혀질때 어떤 자국을 남길까. 다양한 고찰들이 외로움을 조금은 가라앉게 도와주고 있기도 합니다.
무슨 말이든 글로 쓰고 남기자, 후에 부끄러워질 또는 아무것도 아닌 사유라도 적어놓지 않으면 사라지기에 기록하자. 몇마디라도 작곡하고 녹음해놓자. 아무리 좋은 악상이 떠올라도 뜬구름처럼 생각만 하면 아무쓸모 없기에 아이폰 녹음기로라도 저장하자. 매일 다짐하는 일입니다.
놀랜 마음 진정은 차분한 정리가 필요하고, 더욱이 음악으로 다스려야 합니다. 슬픔이 천천히 옅어지도록, 함께 지켜볼수 밖에 없겠죠. 모두 안전한 하루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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