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한 사람들을 위한 애도심리학, <이별한다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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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어떻게 잊어야 할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세상 그 어떤 것도 이별하지 않는 것이 없다. 사랑했던 사람들, 젊은 날의 꿈, 건강하던 신체, 아끼던 물건 등 더없이 소중했던 것들도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나간다. 바로 지금이 순간 또한 우리를 스쳐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이처럼 어떤 대상과의 관계가 끊어지거나 헤어지는 것을 '상실'이라고 한다.



 채정호 작가의 <이별한다는 것에 대하여> 책은 내가 가장 내 마음 깊은 바닥을 헤메고 있을 우울했던 시절에 읽었다면 큰 도움이 되었을 책이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이 상실의 순간을 결코 피해갈 수 없다고 말하는 그는 이별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리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다시 삶을 살아내게 하는 보석같은 말들을 쏟아낸다.

 나 또한 이별로 인해 아파본적, 우울해본적, 찌질해 본적, 또한 가벼워진 적, 자유로워졌던 적이 있다. 더욱 복잡한 경우를 종종 경험했지만, 이 또한 필요에 의한 것이었으리라, 그Eo 그 시절의 젊은 나는 온몸으로 기꺼이 견뎌냈다. 내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또한 상대방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었는지 수치로는 가늠할 수 없기에 그 시간을 오롯히 견뎌내고 나중에 아물때가 되어서야 그 상처를 비로소 뒤돌아 볼 수 있는 것이였다. 내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지금 느껴지는 고통을 어떻게 이겨내는 것인가 였다.

 감정에 지배당하던 (물론 지금도) 그 시절, 나의 전부라고 믿었던 (또한 물론 아니지만, 설령 전부였다 해도) 그와 그녀들이 떠나가는 시간속에 홀로 남겨진 고통을 오로지 연습으로 풀었다. 그냥 주구장창 노래만 했다. 슬픈 가사를 부르던 락을 부르던 재즈를 하던 기계처럼 음악 속에 갇혀 있어야 그 고통이 조금이나마 분배되는 듯 했기에. 채정호 작가는 나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 이런 조언을 건넨다.

고통을 수용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많다. 예를 들어 울고 있는 아이를 꼭 껴안아주듯 고통을 품어주기, 말기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 말 없이 손 잡아주기, 지갑에 사진을 넣고 다니듯 고통을 자신만의 기념품처럼 대하기, 물 한 컵 마시듯이 고통을 마셔버리기 등 그 어떤 방법도 괜찮다.



 당연한 거였다. 내가 아픈건, 아플만 해서였다. 그런데 항상 억울하고 분개했다. "왜 이렇게 아프지? 왜 이렇게 난 찌질하지? 왜 난 사랑받을 수 없지?" 소리치고 아파하며 나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그러니 더욱 상처가 더디게 아물 수 밖에. 작가는 지금 당장 너무 힘들고 괴로울 때는 일부러 다른 일에 집중해보고, 얼마 동안만이라도 고통이 나를 지배하지 않도록 해보라고 말한다. 나에게 있어서 그 돌파구는 음악이었고,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업으로 이어오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잘된 일이다(?)

 모두에게 맞는 방법이란 각자 다를 것이다. 과거의 상실은 최대한 과거에서 끝낼 수 있도록 치유하자. 만약 그 상실의 고통이 지금까지 남아있다면, 천천히 내 몸에서 그 고통을 밀어내도록, 그리고 나를 온전히 사랑함으로 스스로 회복될 수 있도록 토닥거려주자. 작가의 모든 말 한마디가 진부한 위로로 들리지 않고 진심으로 다가왔던 책. 참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