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고 토론하고 연대하는 ‘프랑스 아이’의 성장 비결 ' -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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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아이들의 수업은 대담하다. 프랑스어 시간에 문학작품을 읽고 그에 관한 공연을 본다. 미술 시간에 책을 읽고 그림으로 표현한다. 영어 시간에 미국 대통령의 입장에서 하루를 정리해보는 등, 정해진 방식 없이 교과목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바칼로레아로 대표되는 프랑스 교육에 오지선다형 객관식 시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책소개 (yes24)


엄마가 불행하면 모두가 불행하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 여성으로서, 사회원으로서, 아내로서의 삶을 풀어낸 책,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목수정 작가는 딸 칼리와 남편 희완으로부터, 프랑스 사회로부터 경험하게 되는 모든 것을 적어놓았다. 공감 갔던 많은 부분중 몇가지를 적아보았는데, 대부분은 엄마로서, 여성으로서의 역할, 그리고 프랑스 학교의 교육방식 등이었다. 한국에서, 미국에서 그리고 지금은 유럽의 중심에서 생활하고 있는 나는 여태까지 내가 경험한 작은 바탕들이 결코 나 홀로만이 느끼던것이 아니었음을, 모든 사회 구성원들과 가족, 친구, 스승들이었음을 다시금 회생하게 되었다.

이해받는 것만으로 충분할 때가 많다. 아이들이 겪는 대부분의 고통은 누군가의 공감으로 녹아내린다. 이후 현실의 문제를 극복해가는 건 각자의 과제다.

 다양한 방법과 방향성으로 칼리를 이해하고 공감해주려 노력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모든 아이가 그렇지 못하듯,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고 내 자신을 이해해주는 존재를 갖는 건 행운인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선을 다해 아이를 사랑하고 양육하려는 모습이 담긴 책에서 나는 내 10대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 어머니가, 내 아버지가, 나를 둘러싼 사회와 환경이 지금의 칼리를 있게한 상황 같았다면 나는 지금 과연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아마 180도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을것이다. 어렸을때부터 가져왔던 수많은 아이러니한 시스템들과 질문들, 외로움들, 겉돔 등을 떠올려보면 나의 어린시절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기 때문에 지금와서야 조금씩 해소되고, 나 또한 편견과 차별로 가득차있는 사람임을 깨닫는다. 그때와 비교하면, 나는 굉장히 행복한 사람인 것이다.

완벽한 평등이란 없다


난 포기하지 않고, 집 안에서의 모든 노동이 평등해질 대가지 무수히 싸우며 그에게 가르쳤다. 먼지는 누가 치우지 않는 한, 계속 쌓인다는 것을. 가사노동은 일상을 이루는 무한한 같은 동작으로 채워져 있다. 그 일상을 수행하는 과정이 우리의 의식을 구축하고, 그 의식이 세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둘의 관계에서 평등을 요청하고 촉구하는 쪽은 언제나 나다. 평등해야 한다고 의식하는 사람이 있는 한, 우린 사실 완벽하게 평등하지 않다. 1세계의 남자는 자신이 아무리 평등해지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도 세상의 중심에서 세계사를 주도해나갔다는, 수백 년 된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완벽히 자유로울 수 없다. 호통을 쳐서 깨우쳐주지 않으면 그는 자신이 누군가의 그림자를 밟고 서 있으며, 누군가의 노동 위에 제 안위를 걸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할 때가 많다.

 평등, 내 몸에 새긴 Égalité 는 어떤 정의의며 어떤 권리인지 아직은 정확히 모른다고 느낀다. 하지만 확실히 아는 것은 한 가지. 우리 모두가 ‘의식적으로’ 요구하고 가지고 살아야 할 단어라는 것. 심하게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한국 사회를 100% 벗어나진 못했지만, 그래도 평등과 가까운 수평선으로 가려 노력하는 나라에 와서 살고 있는 지금은 정말 많은 공부와 깨달음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제는, ‘나’만이 이 필요성을 느끼고 행하고 있진 않나 하는 것. 이 책에서 정확히 짚어내는 점은 이것이다. 우린 사실 ‘완벽하게’ 평등할 수가 없다. 평등해야 한다고 의식해야 하는 사람이 있는 한 말이다.

나와 칼리는 깔끔한 옷차림, 단정한 머리를 하고 희완에게 늘 보기 좋은 풍경이 되어준다. 그래서 나는 “왜 머리도 안 빗고, 수염도 안 깎고, 계절이 끝나가도록 똑같은 옷만 입는 남자를 보아야 하느냐. 나의 주된 일상의 풍경이 당신인데 내가 누릴 일상의 풍경에 대해 신경 써달라”고도 요구한다. “왜 아른다워야 하는 쪽은 항상 여자인가. 여자도 남자의 아름다움을 누릴 권리가 있다. 당신도 언제나 내가 당신을 보며, 멋진 남자를 보는 만족감을 느끼게 해달라.” 희완은 나의 말에 한마디 반박도 못 하고, 100퍼센트 수긍한다. - 문제는 이런 각성이 단 하루라는 사실. 다시 한 번 그가 수염을 깎고 몸을 깔끔하게 단장하게 하려면, 여성이 누려야 할 아름다운 풍경에 대한 권리 연설이라는 버튼을 한번 더 눌러야 한다. 각성을 관성의 노예로 방치하는 것은 남성이란 권력자들의 몸에 붙어 있는 순수하지 못한 습관이다.

 여성의 몸가짐,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미의 의식에 대해 글을 써보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기에 시작을 못하고 있는데, 정리를 어떻게든 해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글을 쓰든, 말로 풀어내는 걸 녹취를 하든 말이다. 어떻게든 기록을 남겨야 내 복잡한 머릿속이 정리가 될 것이고, 그래야 나도 배움으로 나아갈테니. 내가 누릴 일상의 풍경에 관해선 모든 여성들이 느끼지만 때론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아닐까? 어디까지 파헤지고 어디까지 생각을 해야하는 지는 나 스스로도 정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한가지는, 남녀가 평등하다 라는 슬로건을 볼때면 역겨워지는 내 속을 도대체가 피할수가 없다는 것. 물론 프랑스라고 크게 다를 바는 없겠지만, 극도로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한국에 머물렀던 2주가 안되는 시간동안 또한번 각성하게 된 부분이다. 집 앞 길거리에만 나가도 남,여의 옷차림, 머리, 얼굴부터가 확연히 다르고, 그 차이는 분명히 차별로 부터 기인한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 어디서부터가 잘못된 것이고, 그 잘못을 사회의 어떤 부분에 속한 사람들만 느끼고 있단 말인가.

일단 낳으시면 아이는 나라가 같이 키웁니다


프랑스의 복지제도는 모든 사람을 포섭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케이스에서 벗어나는 사람들도 제도가 따라가며 각별히 돌본다. 정상성의 범위를 그어놓고 거기서 벗어나느 사람들은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하는 잔인한 차별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방식이다. - 탄탄한 의료보험 제도와 무상에 가까운 교육 제도, 자유로운 형태의 결합을 허락하는 사회적 분위기, 거기에 더욱 넉넉해진 자유 시간. 이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되자 프랑스 여자들이 평균 두 명 정도의 아이를 낳는 시절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아빠 출산휴가, 이름에 걸맞은 휴가를!


최소한 아빠들의 출산휴가는 선택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쓰도록 해야 하며, 엄마들의 출산휴가와 같은 수준으로 급여가 지원되어야 한다. 아빠들이 출산 휴가를 쓰면서 직장에 대해 어떤 죄책감이나 부담감도 느끼지않게 하려면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빠들의 휴가를 현행 2주에서 6주로 늘려야 한다. 이는 남녀 평등과 사회 전체의 복지 향상을 위한 확고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아이 인생의 첫 순간에 엄마와 아빠가 함께 감동과 일을 나눠가지기 위해서다. 지금의 2주는 신생아와 아빠가 진정한 만남을 갖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실질적인 부모 역할에 일찌감치 협력함으로써 엄마가 일방적으로 짊어졌던 출산 이후의 모든 정신적, 육체적 노동을 남성도 함께 나눠가진다. 그리고 부부가 자녀 양육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업할 시간을 마련한다. 여성에게 지워지던 부담을 남성이 나눠가짐으로써 출산과 육아가 여성의 직업적 경력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 나간다. -‘아빠들에게도 6주의 출산휴가를’ 서명 청원 글 중에서



 책을 읽는 중간 중간 모든 것은 사회적 문제로 귀결된다 라는 말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친구들과 경쟁하지 않을 자유, 동등한 시민으로서, 여성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권리 등을 집 안에서부터 학교 밖에서까지 배울 수 있었던 칼리와 그를 지켜보는 엄마 아빠. 이 책엔 부모 뿐만이 아니라 우모두에게 필요한 글과 사상이 적혀있다. 우리 사회에서 진리라고 제시된 명제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의심하고, 회의하면서 세상을 관통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모두가 가져야 할 시선과 관점을 선사할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