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 가 칭찬이 아니라고?
미모가 권력인 사회
유투버 하지님의 영상. 투블럭으로 길었던 머리를 다 잘라내는 영상 이후로 180도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며 트위치, 게임방송, 유투브 등을 해오며 수없이 들었고 전시했던 본인의 모습에 대하여 고찰해온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댓글에서, 교육용 영상으로도 쓰여지고 있다고 하는 이 영상의 파급력은 위대합니다. '권력'에 대해서, 내가 그동안 얼마나 무지했는지에 대하여 성찰하게 도와주는 메세지를 갖고 있죠.
저도 예쁘다라는 말에 얼마나 휘둘려왔는지 생각해보면 책 한권은 나오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물론 그것에 큰 힘은 없다는 것을 나보다 '더' 예쁜 세상에 널리고 널린 다른 사람들을 보며 나를 비교해왔기 때문에 진작 깨달았지만요. 아무래도 겉모습이 치중되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어디까지 내 자신을 지키고 타자에게 휩쓸리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고찰은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모가 왜 권력일까요? 왜 전 진작 꽃, 아이들, 약한 대상에게만 예쁘다는 말이 통하는지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내 주위의 사물, 생각, 혐오, 차별들은 내가 부수고 깨지 않으면 늘 나를 조이고 있고 정확한 상황을 볼 수 없게 가리곤 하죠. 그런 깨달음을 얻는데 도움을 주었던 영상중 하나입니다. 제가 배우고 있는 영상들이 많아 클립해놓은 몇 영상들을 앞으로 차차 공유할 계획입니다. 같이 읽어주시는 분들께도 추천받고 싶네요.
<본문중>
저는 오늘 여성으로 태어나 이제껏 살면서 듣기도 하고, 실컷 말하기도 했던 ‘예쁘다’ 라는 말에 대해서 고찰한 것들을 여러분께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
이 순수한 칭찬이 곧 외모평가가 되버리는 그 이유를 지금부터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보통 외적인 칭찬으로 여자들은 예쁘다는 말을 주로 듣고, 남자들은 잘생겼다, 멋있다 라는 말을 주로 듣고 있잖아요. 이 칭찬을 사람이 아닌 사물에다가 한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와, 이 볼펜 진짜 잘생겼다
이렇게 예쁘다는 말은 사람이 아닌 사물, 동물에게 써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말입니다. 사물과 동물에다가 ‘멋있다 잘생겼다’ 라고는 잘 안하죠. 예외로 동물에게 ‘멋있다, 잘생겼다’라고 할 때는 보통 용,호랑이,사자 같은 힘이 세고 듬직하고 용맹함이 느껴지는 권력적인 동물에게 하곤 합니다. 단순한 것 같아도, 언어라는 것은 곧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게 됩니다.
예쁨 이란건 오로지 겉모습, 외모에만 치중된 말이고, 멋짐 이란건 능력에도 해당 되며 얼굴을 몰라도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예쁘다’ 라는 말은 그 사람의 외모만을 판단하고 평가를 내리는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말이었습니다. 예쁘다는 말 대신 점수를 넣어보세요.
“너 얼굴은 진짜 누가 봐도 점수 높게 매길걸? 칭.찬.이.야”
순수한 마음으로 칭찬해주는 타인의 이 평가는 정확하지도, 정당화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자기만족이라고 본인을 예쁘게 꾸미는 행위는 굉장히 주체적이고 내면적인 동기로 시작을 했더라도, 예쁘다는 외적인 칭찬을 듣는 건 뭔가 중독성이 있어서 들을 수록 더 예뻐 보이기 위한 외적 동기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저희는 화장을 하고, 여리여리하고, 연약한 여성을 ‘예쁘다’고 칭찬해주는 사회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성장하면서 이 사회의 영향을 안받을래야 안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우리가 화장하는 모습을 보곤 그대로 따라 하는 아이들 처럼요. 그렇게 자란 저희는 예쁘게 꾸미는 행위마저 화장하지 않는 남들에게 희화화되고 조롱받습니다.
“얼굴 긁으면 1cm 파일듯 ㅋㅋ”
“니 화장 지우면 오크”
“화장했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냐?”
“역시 여자들은 나라 돌아가는 꼴도 모르고 정치, 경제엔 관심이 없어.
지들 얼굴 꾸미는 거랑 디저트밖에 관심 없다니까”
“저 입술 봐. 쥐잡아먹었냐?”
원래 저는 ‘예쁘면 고시 삼관왕, 미모는 권력’이라는 말을 믿었습니다. 그러나 예쁘단 말은 칭찬이 아니라 품평이었고, 그걸 들으며 좋아했었고 사람인 제가 인형취급을 즐겨왔다는 것이 후회됐습니다. 미모가 권력이라는 것은 겉으로만 그래 보이는 가짜. 허상 권력이었습니다.
아무리 미모가 출중하고 예뻐도 똑같이 성범죄에 노출되고, 곧 결혼해서 임신하고 출산할 가능성에 승진에서 밀리고. 첫인상의 호감도는 높을지언정, 결국 인기상품 인형으로 소비되며 눈요깃거리가 되더라고요. 그런 사회를 보면서 차차 생각을 바꾸게 됐어요. 멀리 보면 찰나일 이 젊음도, 나이 먹고 늙어버리면 폭하고 없어져 버릴 외적인 관심들이잖아요.
네, 그래서 이제 더 이상 저에게 예쁘다 귀엽다 라는 댓글은 안달아주셔도 됩니다. 악의없는 순수한 칭찬임은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마음은 정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들었을때 기분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제 그 말은 저나 그 댓글을 보는 사람들에게 결과적으로 해가 되는 말임은 알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