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짧은 생각들
노래가 하고 싶어 입이 간지러운 적은 없었습니다. 어디서든 조용히 흥얼거릴 수 있었고 음표들은 항상 머릿속을 떠다녔으니까요. 마음만 먹으면 합주실속 어딘가 굴러다니는 마이크를 언제든 잡을 수 있었고 전화 한통에 뮤지션 동료들은 달려나왔습니다. 음악은 그만큼 항상 내 곁에 있다고 느꼈어요. 음악과의 상관관계는 친밀해도 그 깊이의 방향성은 늘 엇갈렸는데, 그만큼 내가 ‘선호’하고 내 정체성(아이덴티티)는 흐르는 대중음악의 궤도와 멀었기 때문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쉽게도, 늘 그래왔어요.
무언가의 시작과 보전되는 과정은 제 정신을 쏙 빼놓지만 동시에 기운을 불어넣기도 하는데, 어지러운 와중에도 고개를 든 욕구는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이였어요. 위대한 작가나 베스트셀러 저자는 아니더라도 틈틈히 생각을 기록하고 적어두던 습관이 슬그머니 올라왔기에 저녁도 거른 하루의 끝에 침대에 누워 든 생각은 잠을 포기하고 글을 좀 적다가 잘까, 였습니다. 물론 그 고민의 끝이 정해지기도 전에 기절해버렸지만요.
교수님과의 3주만의 레슨을 가졌습니다. 교수님도 바쁘고 저도 시간이 없었던 몇주 간 레슨을 잡을 수 없었거든요. 그동안 곰곰히 고찰해왔던 부분이며 오랜만에 가진 긴 대화의 끝에 새삼 피부로 느낀 사실은, 영위할 수 있는 음악가로서의 삶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대부분의 뮤지션들은 세컨드 잡, 즉 다른 생계형 직업을 갖고 음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부분입니다. 만연한 사실이지만 동시에 제겐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살아오면서 흔전한적은 없어도 그래도 언제나 먹고 싶은 음식은 사 먹을 수 있었고, 몇달간의 아르바이트로 여행도 다녀올 수 있었던 철없던 20대 초반의 저는 이러한 고찰이 훨씬 옅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부모님의 노력으로, 운으로, 비교적 건강한 몸으로 살아왔고 후반엔 감사하게도 원하던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죠. 그 유학이 ‘삶’의 터전의 기반이 되고 있고요.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 본 날이였습니다. 어쩔 수 없는 방향으로 삶이 흘러간다 해도 그 또한 배우고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음을 알지만 조금은 착잡하면서도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요. 그리고 또한 인지하는 것 이상으로 간과해선 안되는 부분은 그것 또한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또한..
또 낡이 밝았고 어떻게 끝을 맺어야 할지 모르겠는 이 글은 해리포터의 가장 좋아하는 quote 로 마무리합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기를!
Besides, the world isn’t split into good people and death eaters.
We’ve all got both light and dark inside of us.
What matters is the part we choose to act on. That’s who we really are. -Sirius Black, Harry Po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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