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후속만 기다리는 중
더피 브라더스와 숀레비 감독이 제작한 기묘한이야기는 SF 공포 드라마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정주행한 넷플릭스 드라마로 뽑혔다. 이 더퍼 형들의 기막힌 제작능력은 전속인 Hidden 에서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자극 적인 연출의 스릴러 공포 필름을 그닥 즐겨 하진 않는지라 드롭 전 시놉시스만 읽고 포기했더랜다. 더퍼 형들이 그들의 텔레비전 경력을 등에 업고 기묘한 이야기 제작에 본격 착수하기 시작할때쯤 댄 코헨이 공동제작으로 션 레비를 추천했고, 그의 21 Laps 프로덕션 라인을 타고 바로 넷플릭스와 계약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영화 모티브로는 스티븐 스필버그, 존 카펜터, 스네판 킹 등으로 80년대 문화와 배경을 오마쥬 했다고 설명하는데 볼수록 핸드크래프트 팀이 얼마나 이 영화에 큰 기여를 했는지 짐작 할 수 있다. 어떤 후속이든 오리지널편을 뛰어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만큼 기묘한 이야기도 예외가 아닌데, 나도 다시 정주행 하라면 시즌2보단 1을 선택할것. 아직 못 본 사람들을 위해 스포일러 없이 이 드라마를 어떻게 풀어낼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나에게 감명깊었던 부분의 이야기를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얘기해보려 한다.
첫 시즌이 드롭된건 2016년 7월. 두번째 시즌은 10월의 가장 큰 행사인 할로윈에 타이밍 맞춰 드롭했고 테마에 걸맞는 에피소드까지 방영되어서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시리즈의 배경은 1980년대로, 미국 인디애나 주의 작은 마을 호킨스에서 일어나는 정부의 일급기밀 실험을 방아쇠로 그 마을 안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들이다. 모두가 애타게 기다리는 시즌3은 처음 2018년 12월에 드롭된다고 예고했다가 ‘더욱’ 완성된 시리즈를 위해 2019년 1월로 미룸으로서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작년 10월에 시즌2 나오자마자 모든 스케줄을 딱 접고 하루를 통으로 바쳤는데.. 내년 1월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그만큼 매력적인 구성과 찰진 사이언스 픽션으로 사랑받고 있고, 아직 3도 나오지 않았는데 벌써 시즌 4까지 내다보는 인기란.
넷플릭스 오리지널 컨텐트의 VP인 신디 홀란드는 시즌2는 배경이 주로 학교였다면 시즌3은 필연적으로 변하는 더욱 다크한 테마를 즐길수 있을것이라고 예고했지만..시즌 2까지에서처럼 뒤집힌 세계의 과학적인 논리를 많이 드러낼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시즌3가 제작에 들어감을 암시하는 글들이 인스타그램이 올라오면서 다시 불을 지핀게 한참 전 같은데 아직 9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조이스와 클라크 선생님인데, 이 두 역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재미있다. 조이스는 윌의 엄마이다. 정부와 (초반엔) 무심한 경찰까지 온몸으로 맞서며 실종된 윌을 찾는 광기를 보이는 재미있는 캐릭터인데,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의 리차드 드레이푸스의 캐릭터를 모델로 만들어졌다. 거꾸로된 통로를 비추는 윌의 강박 관념의 그림 (시즌1-에피소드4) 은 드레퓌스가 으깬 감자를 만들어 외계인에게 인도하는 와이오밍 산 악마의 탑을 모델링 한 것과 유사하다고 한다.
팬들이 찾아낸 드라마속 오점 하나. 시즌2의 배경인 1984년은 아직 주기율표에 있는 원소 중 9개 원소는 10년 후인 1994 년까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반영하지 못한채, 제작팀은 클라크 선생님이 수업중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는 장면 뒷배경 칠판에 떡하니 붙여놓았다. 이걸 찾은 팬도 대단.. 10년전 미국에서 학교를 다닐때에 과학 수업 실험실 벽에 붙어 있던 주기율표가 떠올라 나름 재미있었다.
클라크 선생님은 1980년대 대표적인 특징을 잘 살렸다고 칭찬받는 드라마의 한 요소중 하나인 ‘교사’라는 역할을 특히나 잘 소화해 사랑받았는데, 기억에 남는건 시즌 1에서 일레븐이 윌을 찾는 과정에서 감각 차단 탱크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걸 만들기 위해서 더스틴이 클라크 선생님에게 전화하는 장면이다. 토요일 저녁 11시, 집에서 영화데이트를 하던 선생님은 더스틴의 ‘호기심’ 으로 충만한 이 황당한 질문을 받고도 친절히 설명해준다. 물은 1 큐빅미터에 1000 킬로그램의 밀도를 갖고있는데, 과연 클라크 선생님 말대로 일정 온도에 680kg 의 소금을 넣으면 사람이 뜰수 있을까? 가 궁금해져서 찾아봤더니 역시 이걸 또 분석해놓은 팬이 있다. 미국의 너드심이란.. 왜 물에 뜨냐면, 물체(또는 액체)의 표면에 물체가 고정되어 있으면 그 물체의 순 힘은 0이기 때문인데, 그 수영장풀이 8피트 넓이에 1.5피트 깊이 정도라고 쳐도 712kg 을 넣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드라마속 장면에서 그만큼의 정확한 소금을 넣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클라크 선생님이 대단한건 인정.
이 드라마에서 놓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테마 하나,바로 사운드트랙이다. 일렉트로닉 뮤지션인 미카엘 스테인과 카일 딕슨 지하실에서 악기 쌓아두고 비트 가지고 노는 오타쿠..이 신디사이져로 만든 이 테마송Theme Song 은 C메이저 스케일에서 나오는 간단한 멜로디로 구성되어 있는데 듣다보면 이만큼 완벽하게 80년대스러운 음악을 오마쥬하는데 성공한 음악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명확한 비트를 느낄수 있다. 이제 어디서든 이 음악을 듣는다면 누구나 기묘한 이야기를 떠올릴정도의 시그니처 음악이 되었다.
덧붙이자면, 이 기묘한 세계의 원리가 공상정도로만 끝나는건지 아니면 과학적으로 말이 되는건지가 궁금하셨던 분들은, 시즌1 에피소드5를 보시면 알 수 있다. 아이들이 윌을 찾는 과정에서 클라크 선생님이 "벼룩과 곡예사"를 비유로 들어가며 설명해주시는 부분으로, 얘기하면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이쯤하고 직접 보시기를 추천.
밀리 바비브라운 (일레븐)이 더투나잇쇼에 나와 시즌1 리캡을 랩하는 영상이 있는데, 랩알못이 듣기에도 너무 위트있고 재밌게 소화해 내기에 첨부하였다. 뭘하든 귀여워..
여태까지 내가 봤던 초능력을 주제로 나온 수많은 시리즈들 중에 가장 설득력있으면서 몰입도 높은 이 드라마는 지인들에게도 두번 세번 추천하는 편이다. 물론 좋아하고 말고는 개인의 취향이지만,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것이 얼마나 즐거운가. 단, 보기 시작하면 원치않게 시간이 순삭한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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